시집 와서..이날 이때껏 내 김장은 내손으로 직접 담가서 먹었었다.
내남자랑 김치귀신인 딸아이들이랑 투닥투닥..토닥토닥..
어느 해는 맛나게 담궈지고 또 어느 해는 망쳐버리기도 하면서..
사연도 많았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김장을 내 손에서 해결해왔었는데..
내남자가 제안을 해왔다.
올해 김장은 시골 어머님네서 그냥 하자고..
처음엔 망설였으나 머리를 굴려보니 그게 더 편할 거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연로하신 어머님이랑 더 많이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려는
내남자의 마음이 느껴져..그러자..했다.
살며..친정이나 시댁에서 김치를 공수해 먹는 여자들이 나는 참 부러웠었다.
그만큼 김치 담그는 일이란 게
손도 마니 가고 2박 3일은 투자해야 하는 참 수고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가족이 모여 무슨 명절날처럼 어우러져 김장을 하는 풍경이 은근 부럽기도 했었다.
힘도 덜 들 것 같고 재미도 날 것 같고..
물론 여럿이 어우러지노라면 소소한 잡음이 있을 수 있겠다 싶은 맘도 있지만..
그래도..
♥
그냥 학원 하루 빠지고 함께 가자 하니..
기말 시험대비 기간이라 학원을 절대 빠질 수 없다는 쏭이..
할 수 없이 쏭이만 두고..
요즘 할랑하게 시간땜질 하고 있는 우나만 데리고 시골 어머님댁으로 향하기로 한다.
쏭이를 이틀이나 홀로 재울 수 없어..토욜 새벽에 출발한 탓에..
배추 뽑고 다듬고 소금에 절이는 일은 고스란히 어머님의 몫이 되었다.
가장 힘든 노동을 어머님 혼자 하시게 해서..미안하고 죄송스러웠다.
어머님은 배추 54포기를 뽑아서 우리몫으로 절여놓으셨다.
텃밭에서 키운 배추라 알도 덜 차고 크기도 작아서 시중의 것 40포기 정도의 양이 될 것 같았다.
"아휴~어머님 너무 고생하셨겠어요."
불편한 몸으로 무척 힘드셨을텐데..
그냥 쉬엄쉬엄 놀면서 해서 별루 힘들지 않으셨다고..
어머님이 절여놓으신 배추를 씻으며..
해마다 그러하듯 내남자랑 나는 또 옥신각신..
어느 해였던가..
내남자가 배추를 하도 뽀드득 씻어서 절여 놓은 배추가 다 짓물러..
30포기 정도의 배추를 몽땅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악몽이 있었기에..
내남자가 배추를 씻으면 나는 자꾸 신경이 쓰인다.
아니나 다를까..그냥 물에 훌렁훌렁 여러번 헹구면 될텐데..
배추 잎사귀 하나하나 뒤적여가며 살뜰히도 씻고 계신다. 에휴~~
♬~~
범능스님 - 어머니의 손
내남자는 생강이랑 양파 껍질 까고..우나는 쪽파 다듬고..
어머님은 무를 씻으시고..나는 홍갓이랑 미나리 다듬고 야채 씻고..
그렇게 역할을 분담하고..
금새 큰 단의 쪽파를 다 다듬었다며 내미는 우나..
"엥? 벌써 다 다듬었엉? 울 딸 잘 하넹.."
헌데..뿌리쪽만 다듬고 이파리 끝의 시든 부분은 고대로..
"너 이건 왜 안다듬었어?"
"아빠가 그거 다듬으란 소린 안 하셨는데??"
"에휴~그걸 꼭 말로 해야 아러?? 누가 데려갈지 몰라도..에휴~~ "
후훗~~그래도 나는 그런 딸아이가 마냥 이뿌다.
◆ 김치 버무리기
김치속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읊조리자면..
먼저 찹쌀풀 쑤고 황태에 다시마 넣고 푹 우린 육수 넣고..
양파랑 사과 배 갈아 넣고..
거기다가 새우젖 까나리액젖 생새우 고추가루 마늘 생강 무채 홍갓 미나리 쪽파..깨..
다 넣었나??
여튼.. 갖가지 양념류를 넣고 버무려 김장 속재료를 준비해 둔다.
어머님께서 옆에서 마니 도와 주셨다.
그동안 내남잔 무채 썰어주고는 잠깐 쉬겠다더니..드르렁~~쿨쿨~~
우나 기집엔 안방에 엎드려 카톡하느라 낄낄~~ 깔깔~~
어려서 부터 김장할 때면 옆에서 같이 해버릇해서..
따로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양념을 척척 발라 제법 맛깔지게 버무리는 우나..
속도가 너무 빠른 내남자..아무래도 대충 버무리는 것 같아 흘깃거리니..
검사해보라면 당당히 내미는데..아니나 다를까..배추 사이사이 허여멀겋다.
그래도 맛들면 양념이 다 고루 베인다고..어머님은 아들편을 들어 주신다.
해마다 둘이 옥신각신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배추 버무려 오므린 것을 내가 엎어놓는다고..
그러면 양념이 밑으로 흘러내린다고..
내남자 그것 가지고 해마다 타박이다.
무슨 이유인지 나는 그렇게 엎어놓는 습관이 베여있고 ..
고치고픈 맘이 전혀 없어..
해마다 그걸로 꼬옥 투닥거리게 된다.
이리하여..어느새 올겨울 김장을 무사히 마쳤다.
집에서 우리끼리 할 때보다 훨 수월하게 재미있게 마쳤다.
괜히 어머님만 안해도 될 고생을 하신 거 같아..
죄송스런 맘이다.
갓 버무린 김장김치에 고기 구워 꿀맛같은 늦은 점심을 먹고는..
뒷마무리를 본인이 하겠노라는 내남자..
그런 아들이 안쓰러운지 옆을 지키시는 어머니..
난..너무 곤해 " 어머니 저 한숨 잘래요."
그리곤 안방에 벌렁 누워 까무루룩~~~
내남자가 깨운다. 늦으면 차 막히니 얼른 출발하자고..
다른 여느 집에 비해 김치소비량이 배는 되는 우리집..
김치 하나만 있어도 맛나게 밥 한 그릇 뚝딱 먹는 딸들..
김치 없으면 아무리 맛난 거 있어도 밥을 못 먹는 딸들..
특히.. 오로지 배추김치만 고집하는 우나는
학교급식에 깎두기나 물김치류가 나오면 밥을 아예 먹지 않을 정도다.
김치 마니 먹기로 유치원 때부터 소문이 자자하던 딸들..ㅎ~
아마도 채 돌도 되지 않은 딸들에게 김치 자잘하게 썰어 일찌감치 먹인..덕분?
아가적 주는 건 뭐든 꿀꺽꿀꺽 잘도 먹어주던 딸들..그래서인지..
이 엄만 쪼만한데 딸들은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 키를 자랑한다.
특히 쏭이는 아침마다 또 키가 자랐다고 꺄악~비명을 질러대곤 한다.
170 넘을까..그게 걱정인 쏭이..
이렇게나 김치냉장고 그득 채워 두어도 내년 2월이면 거의 바닥..
봄이 올 무렵이면 가을저장배추 공수해서 다시 담궈야한다.
12월 중순이나 말쯤 김치통이 두 어통 비어가면..
다시 한 번..김치를 담궈 김치냉장고를 채워 놓기로 한다.
그나저나..어머님이 너무 고생을 하셨다.
맏며느리인 미영언니는 김장하고는 연 이틀이나 몸살을 앓았다 하던데..
어머님 덕분에 김장 하고도 나는 몸이 가뿐하다.(물론 여느 때 보단 피곤하긴 하지만..)
어머님..
덕분에 올해 김장김치는 더욱 맛나게 익어갈 듯 합니다.
저희 김장 땜에 너무 고생하셨어요.
어머니..오래오래 건강하세요.
- 벗 님 -
해마다 내남자랑 아이들 데리고 했는데..
이번엔 어머님 덕분에 훨 수월하게 했어요.
LAX~wind 님 어머님네도 김장 하실테죠.
마니 도와 드리세요.^^*
얼마전 해 만해도 저도 부쩍 거리게 했는데
금년에는 딸둘 데리고 했습니다.
보나마나 엄청 맛있을 듯요.
전 이번에두 30키로 샀다우~~
나머진 시누들한테 얻을 생각인디 글쎄 줄랑가 모르겄쓰여.....ㅎㅎ
이제 발 쭈~~욱 뻗구 겨울 나셔두 될 듯요,,
김장하는 모습과
시골집의 풍경들이 정겨워 보여요~
겨울채비 두둑하게 하셨으니
벗님 배부르시겠어요
시골에서 해오면 물맛이 좋아서 그런지
더 시원하고 맛있더라구요
친정 엄마가 해주시던
그 김장김치 맛이 그리워지네요
전 아직인데 은근히 걱정이네요
바르게 앉아있는 빈 술병 하나 차마
못치우시는가 봅니다 눈빛 선한 우리네
부모님들..... 벗님 먼 길
다녀오셨어요..... 저 사진에 눈길 오래 머무른건
술탐 때문이 아니라는 것.....
시러다...^^;;;....
찌르님 말처럼...시선이 머무는 것은..술탐이아니라..
김치박스..하나...가져오고잡다....
김치땀시...아~ 올겨울..누굴..등 쳐서..김장을 해결해야하낭..ㅋㅋㅋㅋㅋ
시간은 자꾸..가는뎅..ㅜㅡ
벗님의 맛깔스런 표현 덕분에...
우리집도 벌써 40킬로했네요.
그냥 절임배추 사서...
식구들이 모두 모여 김장 담그는 날은
마치 잔칫날 같지요
사랑과 정성으로 담근 김치
꿀맛이겠는걸요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큰일을 치르는 풍경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월동준비 하는데 가족간의 정이 새록새록
행복이 영그는 모습입니다.
고생 많으셨네여...
겨울동안의 여유. 큐
독수리님네는 김장하셨나요?
김장도 명절날 못지 않게..온가족이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인 줄..
요즘에서야 주변에서 보구 듣구..알았네요.
저흰 늘 애들 데리고 우리끼리 속닥하게 했었거든요.
온가족이 어울려 김장하는 풍경..참 정겨운 풍경이지요.
힘도 덜 들 것 같구요.^^*
수고도 하지 않고 낼름낼름 받아먹으면서도 감사함 모르는 며느리도 많은데
우나도 참 좋은 추억을 만들었네 나중에 엄마가 되고 벗님 나이가 되면 그 경험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겠지요....나는 언제나 할까..........
가족과함께 한 김장김치.. 더욱 맛날것같아요~
울집은 김장 아직 못했는데...ㅎ
시골집에 보이는 흔적들이 참 포근하게 느껴지네요~
꼭 우리 시골집처럼...ㅎ
집이참 예쁩니다
마당의경계선이어딘지 정말 넓고 좋은데요
여름휴가철에 가면 좋을것같아 벗님이 부럽습니다~
울집 식구들이 워낙에 김치를 마니 먹어요.
어느해였던가? 그땐..
우리 먹을거만 70포기까지 한적도 있어요.
김치통이 몇 통 비워지면..김장 다시 한 번 더 할려구요.
게을러서..김치냉장고 빌 때까지..그냥 버텼는데..
이젠 김치 냉장고..계속 채워 둘려고요.
불량주부라..잘 할 진 모르겠지만요.ㅎ~
시골집 마당이 꽤 넓어서..
앞 마당엔 갖가지 과실수들이 있고요.
뒷마당엔 텃밭이 있어..거기서 ..
고추며 배추며..웬만한 채소는 다 가꾸셔요.
네..
여름도 좋고..특히 가을철엔 더없이 좋아요.
시골마당..시골풍경..시골 냄새..^^*
우린 대략 벗님네 몫의 3분의 1도 못 먹어요.
가족들이 함께 일하는 거 보기 좋네요.
특히 우나가 일을 거드니 얼마나 흐믓하시겠어요?
군침 삼키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