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큰형님네 장남 범희가 대구 칠곡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기에..
겸사겸사 울산 엄마네에 들리기로 한다.
동안..이 핑계 저 핑계로 엄마네에 간만에 간다.
우나 대학도 떠억하니 합격했겠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쏭이는 기말시험 기간이라 이번에도 함께 가지 못하고..
우나 아르바이트 끝나고 짐 챙겨서 내려가노라니..
금욜 자정이 다 되어서야 출발..
엄마네 집에 도착하니 새벽 5시 반 경..
내남자 눈치 보며 졸다깨다..깨다졸다..
우리 차창을 줄곧 따라오던 새벽하늘의 시린 그믐달은
어찌나 휘영청하던지..
♥
엄마네 텃밭에서 뽑은 배추랑 무로 김장을 한다기에..
마침 내가 한 일손 거들 수 있겠다 좋아라 했는데..
동생들도 그런 줄 알고 내가 가는 날 다 모이기로 했는데..
엄마는 우리가 도착하기 전날 새벽 4시까지
김장을 다 버무려 놓으셨단다.
나두 동생들두 뭐하러 그러셨냐고..우리랑 같이 버무리면 후딱일텐데..
엄마는 얼마 되지도 않아 힘들지도 않았다 하신다.
"엄마두 차암~~"
고무장갑이랑 보쌈용 고기를 잔뜩 사들고 일찌감치 온 세째 월이가 속상해 한다.
망년회가 있다는 막내 제부랑 코앞이 은행 승시험이라 시험공부 중인 막내 영아만 빼고
다들 모였다.
내겐 어리고 앳되기만 하던 동생들의 눈가에도 주름이 잡히고..
어느덧 불혹의 대열에 들어선 랑이랑 월이랑 주야 (주야가 몇 살이였더라?? 서른 아홉인가??)
이젠 동생들 나이도 가물거린다. 하긴 내 나이도 가끔 세어봐야 알아지니..
하나같이 착하고 속도 알찬 내동생들..
엄마 아빠를 곁에서 살뜰히도 챙기니 참 든든하고 늘 고맙다.
어린 조카들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고..
꼬마신랑같던 울 제부들도 희끗희끗한 중년아 되어가고들 있다.
친구 만나러 갔다가 귀가한 막내 태야..
지 방을 차지한 꼬마 점령군들을 보더니 기암을 하고 다시 내빼고..
나랑 동갑인 세째 제부..
술을 한 모금도 못하는 남자..유일한 취미는 만화책 보기..
요즘도 어디에 만화방이 있는지 쉬는 날이면 만화방엘 가서 종일 휴식을 취한단다.
그런 아빠의 영향인지 조카 다현이가 애니메이션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고..
그 방면으로 재능도 탁월하고 상도 마니 받았단다.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이미 장래희망도 그쪽으로 가닥을 잡아 놓았다고..
아이들을 좋아해..외삼촌 방에 다닥다닥 모여 놀고 있는 아이들 틈새에 있어도..
참 자연스러운 남자..
아이들이 먹는 과자를 양손에 들고 먹으며 아이들이 보는 만화영화를 함께 보고..
아이들과 참 잘 놀아주는 착한 남자..세째제부..ㅎ~
이달 말에 경주에 있는 오션월드랑 콘도를 예약해.
23명이나 되는 우리 대가족 연말모임 자리을 마련해 놓았단다.
고마워요. 제부..
아빠는..
저번 수술 이후로 살이 많이 찌셔서 보기 좋으셨다.
알러지성 피부병으로 오래 고생하셨는데..전에 없이 피부도 매끈하고 고우시다.
수술부위가 요즘들어 통증이 더 심하시다고..굳이 나더러 파스를 붙여달라신다.
아빠는..
울아빠는 소심하고 여리시고 어린애처럼 잘 삐지기도 하시지만 그만큼 정도 많으시다.
엄마에게 서운한 게 있으시면..조금 부풀려서 딸들에게 고자질도 잘 하신다.
오랜만에 온 큰 딸에게..여기 아프다..조기 아프다..여기 주물러라..조기도 주물러라..
에고고~에고~~이래 살면 뭐하노~~사는 게 사는 게 아이다~~
후훗~~오랜만에 온 큰 딸에게 하시는 괜한 투정?인 줄을 내가 다 안다.
아침마다 친구분들과 수변공원을 한 바퀴 도시는 게 유일한 낙이시라며..
엄마랑 동생들이 날이 차워 감기라도 걸리시면 큰 일이라고 극구 만류하지만..
아빠는 하루도 거르지 않으신단다.
내가 갔을 때 이미 감기로 콜록이고 계셨는데.
그 담날 아침 그 한파에 또 수변 공원엘 가셨다.
그날 저녁 열이 올라 저녁도 못 잡숫고 밤새 기침도 잦으셨는데..
담날..우리가떠날 채비 하는 걸 보시다가..
친구분들과의 약속시간이 되니 또 훌쩍 수변공원엘 가셨다.
그렇게나 친구분들과의 오전 한때가 좋으신가 보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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