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산 이야기

가평 명지산2-아찔한 하행길

by 벗 님 2012. 12. 5.

 

 

 

 

 

명지산 (해발 1267m) 정상

 

 

 

 

 

 

 

 

 

 

 

 

 

 

 

 

 

정상에는 산악회에서 온 한 무리의 사람들과

어디 국제학교에서 왔는지 외국인이 반이나 되는..

너나나나 모두 영어만을 구사하는 젊은 학생들 무리.

그들은 다들 나랑은 반대방향으로 하산할 터..

그들을 따라 왔던 방향으로 하산할까..하다가..

새로운 길을 두고 왔던 길을 되가긴 정말 싫었다.

 

 

"에라~~어찌 되겠지~~뭔 일이야 있을라구~~"

눈 덮힌 산정에서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낯선 산길을

홀로 하산할 일이 무섭고 두려웠다.

게다가 여긴 지금 해발 1267m..

 

일단 아이젠을 장착하고 방향을 잡고 미끄러지듯 눈길을 내려간다.

해라도 저물면 정말 낭패다.

아무라도 단 한 사람만이라도 동행이 있으면 좋겠구만..

정말 이 산중에 오롯이 나혼자이다.

 

 

 

 

 

 

 

 

 

굳이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혹..조난이라도 당하면 내 위치를 알려야 할 것 같기에..폰에 담아둔다.

밧데리 절약해야 하니..폰을 꺼두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인터넷에서 명지산을 검색했을 때 멧돼지를 만났다는 글을 읽었는데..

행여 멧돼지라도 마딱뜨리면 어찌 해야하나..오만 생각이 다 들고..

발목이라도 접지르면 그것 또한 낭패일 것 같아..

급한 발걸음..정신없는 와중에도 발 디딜 때마다 조심히..신중히..

 

무서워 가슴은 덜덜~거리고 울음이 터질 것도 같고..

이 산중에 날 두고 가버린 내남자가 밉고 원망스럽고..

 

 

 

 

 

 

 

 

 

눈 푹푹 빠지던 능선길을 지나 한참을 하산하고 ..한시름 놓을 즈음에

내남자의 문자가 날라온다.

산정 1m 지점에서 여직 날 기다리고 있단다.

 

"뭐얏~~아직 거기 있으면 어떡해.."

 

이제는 나보다 내남자가 더 걱정이다.

통화를 시도하니 중간중간에 끊겨 제대로 전달이나 되었는지..

하산 하는 중에는 그리도 미워 죽겠던 내남자가..

이젠 걱정이 된다.

해 떨어지기 전에 무사히 하산해야 할텐데..

 

 

 

 

 

 

 

 

 

 

 

 

 

 

 

 

 

 

 

저 아래쯤에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이제야 살았다..시픈 마음에

 

반갑고 맥이 탁 풀리기도 하고..

 

 

 

 

 

 

◆ 내남자 기다리며..

 

 

 

 

 

 

 

 

 

 

 

산 아래 내려오니 통화가 원활하다.

내남자는 나보다 15분여의 거리에 뒤쳐져서 하산하는 중이란다.

여기에다 베낭을 내려두고 내남잘 기다리기로 한다.

 

사과 한 알 꺼내 아그작아그작 ..먹으며..

음악 들으며..

 

 

 

 

 

◆ 아주 늦은 만찬

 

 

 

 

 

 

 

 

 

 

 

 

 

 

 

 

그러고 보니..아침을 굶은 채로 산행을 시작한 것이 여태도록 굶었다.

예정대로라면 내남자랑 산정에서 오순도순 산정만찬을 즐겼어야 하는 건데..

뭐 챙겨 먹을 정신도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터라..

오늘 종일 쫄쫄 굶으며 길고도 무서운 산행을 했던 것이다.

 

내남자도 어지간히 배가 고팠을 것이다.

 배고픈 거 잘 못 참는 성질인데..

이미 산속엔 어스름이 내려앉고 있었지만..

일단 허기를 면하기로 한다.

꿀맛이다.

 

이젠 내남자가 곁에 있으니..

산속에 어둠이 까맣게 내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나는 괜찮다.

하나도 안무섭다.

 

 

 

 

 

 

  

 

 

 

 

 

 

952

 

♬~~

 

좋은 곳에 살아도 좋은 것을 먹어도
당신의맘 불편하면 행복이 아닌거죠
웃고 있는 모습이 행복한 것 같아도
마음 속에 걱정은 참 많을 거예요..

사랑도 나무처럼 물을 줘야 하는데
가끔씩 난 당신께 슬픔만을 줬어요
너를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을 해도
내가 내맘 아닐땐 화낼때도 많았죠

세상사는게 바빠 마음에 틈이 생겨
처음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지만
이세상에 무엇을 나에게 다 준대도
가만히 생각하니 당신만은 못해요

사랑해 난 널 사랑해

사랑해 난 널 사랑해

 

 

 

 

 

 

 

 

 

 

 

 

 

 

 

 

무릎이 아파 더 이상 오를 수 없었노라..

미안한데 안 미안한 척 하며 궁색한 변명?을 하는 내남자..

한 번도 사용하지 않던 스틱을 다 사용한다.

 

"아까..산 위에서 사람들이 부실한 남편은 내려가면 당장 버리삐라..그러던데.."

 

허허~~웃는 내남자..

 

저 앞..어스름진 산길을 걸어가는 내남자의 발걸음이 휘청인다.

조금 더 다정한 아내가 되어야겠다는..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 벗 님 -

'♥삶 > 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선자령 산행  (0) 2013.01.02
대관령 양떼목장  (0) 2012.12.31
가평 명지산1-따로 같이 산행  (0) 2012.12.04
심학산 둘레길12-모처럼 내남자랑  (0) 2012.11.02
나홀로산행2-하산길  (0) 2012.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