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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산 이야기

가평 명지산1-따로 같이 산행

by 벗 님 2012. 12. 4.

 

 

 

 

 

 

 

내가 분명히 그랬다.

당신 그동안 운동도 안했구 간만의 산행이니..

가까운 곳으로 쉬운 코스로 다녀오자고..

해서..다소 완만하고 쉽다는 북한산 진달래능선을 제안했었다.

그런데 이 남자..최소한 명산이라 손꼽히는데 아니면 안가겠단다.

굳이 가평의 명지산까지 가야겠단다.

 

검색해 보니..해발 1267m로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산이다.

나야 뭐..산은 높을수록 끌리니..그러자 했다.

 

 

 

 

 

 

 

 

 

 

 

 

 

 

 

 

 

 

 

 

 

 

 

 

 

 

 

 

 

 

 

새벽 5시 40분 경에 일어나 설쳤지만..출발이 다소 늦었다.

도시락 사고 간식 챙기고 배낭 챙기고 애들 밥 차리고 내남자 아침 먹이고..

워낙에 손이 굼뜨고 꼼지락거리는 스탈이라..진도가 안나간다.

그동안에 내남잔 쿨쿨~~드르렁~~Zzz~~

이러다 보면 정작 출발하기도 전에 내 몸이 먼저 지친다.

 

차 안에서 "나 좀 잘게요." 내남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까무룩~

컨디션 난조..게다가 난 아침도 거르고 왔다.

 

 

10시 넘어 도착한 익근리주차장..

우리가 다소 늦은 탓인지 인적없이 한산하다.

다행히 부부로 보이는 동행인들을 만났지만..

저들은 날렵한 몸매만큼이나 날렵하게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해 짧은 겨울산행이라 나도 내남자도 마음이 급해진다.

머얼리로 하얀 눈이 쌓인 명지산 봉우리가 시야로 들어온다.

멀고도 까마득하지만..나는 오늘 저 봉우리를 점령할 것이다.

갑자기 전투력이 상승한다.

 

 

 

 

 

 

◆ 겨울꽃

 

 

 

 

 

 

 

 

 

 

 

 

 

 

 

 

 

 

 

 

 

 

 

 

 

 

내남자가 자꾸 뒤쳐진다.

가다 ..멈추어 뒤돌아 보고..

가다..멈추어 겨울꽃도 담아보고..

이제나 저제나 ..내남자의 모습이 보일까..

기다리며..덕분에 여유로이 디카를 똑딱일 수 있었다.

 

 

내남자가 5분만 쉬었다 가자..하는 걸..

산이 자꾸 부르는 듯 하여..맘이 급한 난..

"천천히 가고 있을테니 쉬었다 와요."

그렇게 나 먼저 출발을 했다.

 

 

그것이 명지산 산행에서의 내남자와의 마지막 동행이 될 줄이야..

 

 

 

 

 

 

 

 

 

 

 

벌써 하행하는 나이 지긋해 보이는 부부..

좁은 나무다리에서 길을 비켜 주시며..

 

"어찌 혼자 오셨수?"

"아니..뒤에..남편이 자꾸 쳐져요."

"허허~~남자가 앞장을 서야지 뒤에 쳐지면 어쩌누~~"

"껄껄~~호호~~."

 

두 분이서 한바탕 웃으시며 지나가신다.

 

 

 

 

 

 

 

 

 

이정표가 있는 다리에서 내가 길을 잘못 들었다.

반대편 이정표를 보지 못하고

우리가 하산하기로 예정한 코스로 방향을 잡고 말았다.

뭣모르고 부지런히 오르는 중에..내남자로부터 문자가 날라온다.

 

통신상태가 영 불안해서 되다말다..

겨우 내가 방향을 잘못 잡은 거 같다는 내남자의 연락을 받았지만..

이미 나는 한참이나 올라와 버렸는 걸..

할 수없이 우리가 예정했던 반대코스로 오르고 내리기로 하고..

 

 

 

 

 

 

 

 

 

내남자가 이제나 올까..저제나 올까..

고개를 뒤로 힐끔거리며 가는 사이..

세 쌍의 부부가 나를 지나쳐 갔고..

한 무리의 남정네들도  지나쳐 갔고..

내남잔 그림자도 뵈지 않고..

 

할 수 없다. 어차피 정상에서 만나지겠지..

나는 내남잘 포기하고 내 호흡 ..내 보폭대로 오르기로 한다.

그래도 내남자가 어디메쯤 올까..궁금도 하고..

혹은 내가 어디메쯤 갈까..궁금해 할지도 몰라..

 

오르는 중에 쉬어갈 때마다..

요즘 산에서는 촌시러워 아무도 하지도 않는다는..

<야~~호~~~~>

사실..오르는 길 인적이 하도 드문하여..무섭기도 해서..

 

 

 

 

 

 

 

 

 

계속 통신은 불통이고 내남자와 연락할 길은 없고..

마음은 몹시도 불안한 가운데 다행히 내남자의 문자가 날라온다.

자긴 너무 뒤쳐진 것 같고 시간상 정상까지 가긴 무리니..

나더러 그만 하산하란다.

 

"아씨~~~뭐야~~ >.<"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정상을 밟지 않고 어찌 산엘 올랐다 말할 수 있으리..

난 정상가서 반대코스로 하산할테니 먼저 내려가라..문자를 날리는데..

몇 번을 해도 전송실패란다.

 

일단 시각이 급하여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상에 다다를 즈음 하산하는 한 무리의 남녀..깜짝 놀라며..

 

"혼자 오셨어요?"

 

" 아뇨..남편이랑 같이 왔는데 남편은 중간에서 포기했어요."

 

그들은 엄지를 치켜 세우며..나더러 <최고!! >라고 해준다.

 

한 남자가 "그런 부실한 남편 내려가거든 당장 버려버리세요."

 

하하호호깔깔~~한바탕 웃으며 다들 그렇게 하라..며 거든다. ㅎㅎ~~

그들의 응원 덕분에 다시 용기를 내어 오른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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