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산 이야기

심학산 둘레길12-모처럼 내남자랑

by 벗 님 2012. 11. 2.

 

 

 

 

 

휴일 아침..

쏭이는 멀리서 친구가 온다고 엊저녁부터 분주하다.

새벽녘까지 꼴딱 새운 우나는 아직 늦잠에 빠져 있고..

사무실서 밤 새우고 온 내남자가 모처럼..산엘 가잔다.

 

공부하는 우나곁을 종일 지킬 심산이였지만..기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반 없다.

간식이나 챙겨주고..

그저 곁에서 마음적으로 함께 해주는 것 뿐..

가까운 심학산이니..

우나 깨워 밥 먹이고 얼른 다녀오기로 한다.

 

 

심학산 아랫자락 도로가에 미리 온 차들이 즐비하다.

길가에 먼지 뽀얗게 앉은 미국쑥부쟁이..

범나비 한 마리는..

나의 인기척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꽃향기에 취해 있다.

 

 

 

 

 

심학산 둘레길

 

 

 

 

 

 

 

 

 

 

 

도로가에 난 작은 오솔길로 접어든다.

이 길은 우리가 처음 가는 길이다.

산 초입부터 고운 가을색이 완연하다.

 

내남잔..또..성큼 가버리고 없다.

 

 

 

 

 

 

 

 

 

 

 

 

 

 

 

 

 

 

 

 

사진을 담다 보면..

내남잔 또 저만큼 멀어져 뵈질 않고..

내남자 그림자 쫓느라 나는 늘 마음이 바쁘다.

산을 느낄 새도 가을내음을 맡을 새도 없이..

 

인적 드문 한적한 길 위에서 문득..걸음을 멈춘다.

굳이 이리 헉헉 쫓아갈 이유가 없다 싶어..

내 마음..내 보폭..내 호흡에 맞추어 걸어가기로 한다.

 

함께 가고 싶다면 기다려 줄테지..

저만큼 앞..어디메쯤서..

 

 

 

 

 

 

 

 

 

저만큼..

 

내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남자랑 나란히 앉아..

 

쉼터가 있는 정자에 잠시 쉬어가노라니..

 

 

 

 

 

 

 

 

 

삼대가 함께 둘레길을 돌러 온 가족..

할머니께서 손주들에게 강남스타일 춤 한 번 춰봐라..자랑처럼 권하니..

아이들.. 처음엔 밍기적 엉덩일 뒤로 빼더니 할머니의 적극적인 재촉에..

이왕이면 음악도 함께..폰에서 강남스타일 노래 찾아 틀고 엉덩일 실룩이며..

요즘 지겹도록 매스컴에 나오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춘다.

신이 나신 할머니..손주들보다 더 흥겹게 잘 추신다.

 

할머니가 추란다고 등산객들 앞에서 춤을 추는 손주들..

그런 손주들이 무척 자랑스러우신 할머니..

흐뭇이 바라보다 박수 보태주고 일어선다.

 

 

 

 

 

 

 

 

 

 

 

 

 

 

 

휴일인데다 둘레길은 산책처럼 걸을 수 있는 코스인지라..

어린 아이들을 대동해서 온 젊은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런 소소한 풍경조차 이뻐 보이고 부럽고..

우리도 저런 시절 있었나 싶은 서글픈 맘..

아이들 어느새 훌쩍 커버렸고..

그만큼 나의 세월은 뒤안으로 그늘져 가는 듯 하니..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