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학산 바로 아랫자락에 자리한 겉은 볼품없는 조립식 식당..
정오 즈음의 좀은 이른 점심시간인데 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우리들은 가을햇살 맑게 비추이는 나무벤치에 쪼로록 앉아 순번을 기다린다.
30여분..기다림..우리 이름이 불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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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은 정갈하고 깔끔하고 괜찮은 한정식집 분위기가 난다.
밑반찬이 가지런히 놓여지고 맛도 보기 전에..
이 집이 왜 유명하고 식당 앞에 평일의 점심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지
담박에 이해가 되었다.
우리들은 메뉴판에 있는 모든 도토리 메뉴를 골고루 다 시켰다.
그 중 도토리 쟁반국수는 지금도 삼삼하니 생각이 날 정도로..꿀맛..
사실..난 도토리 별루다.
그런데 내가 먹어본 최고의 맛이였다.
도토리 좋아하는 내남자 생각이 났다.
사랑하는 딸들 생각도 났다.
울엄마 아빠 생각도 났다.
나는 맛난 거 먹을 때면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이 난다.
촌시럽게..
그렇게 가을 심학산을 만나고..
다들 조금은 더 여유로워지고 행복해진 모습들이다.
어우러져 이제는 참 많이 편안해진 우리들..
하루 중 내가 가장 눈 많이 맞추는 그녀들..
덕분에 참 많이 웃고 산다.
이 여인네들로 하여
내 회색빛 우울이 점점 치유되어 가고 있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