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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열일곱 이야기

고3 수첩 2

by 벗 님 2012. 10. 27.

 

 

 

 

우리 우나가 어느새 고3..

"고3..다시 돌아갈래? "누가 이리 물어온다면..

난 단호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것이다.

 

그 힘든 시절을 나의 큰 딸이 살아내고 있다.

그냥..생글생글~~나보다 잘 지나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아무리 어미라 하지만..그 속을 어찌 다 알랴..

바라보는 어미 맘이 이리 힘이든데..당사자는 말해 무엇 하랴..

 

 

 

 

 

 

85년 나의 고3 수첩 그 첫 장..윤동주의 서시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이러한 다짐!!

 

<엄마, 아빠를 생각해라.>

 

<1초의 시간이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

 

 

 

 

 

 

 

 

 

85년.7월 27일.

 

 

 

 

 

후덥지근하다.

오늘 하루 무얼하고 보냈는지..

첫날은 자신감에 가득 찼었는데..자꾸만 퇴보해가는 것 같다.

 

이겨야한다. 이겨야 한다. 고 나를 채찍하지만..

왜 이리 이 마음이 나약해졌는지 모르겠다.

오로지..공부..공부..

그래! 난 꼭 해내야 한다. 엄마, 아빠, 내 동생들..

아빤 지금 햇빛이 쨍쨍한 곳에서 땀흘리고 계시겠지.

이렇게 편안히 공부하면서도 짜증을 내다니..난 참..

내 꿈을 향해..나의 이상을 향해..

오늘은 괴로와도 나의 미래를 위해..

 

 

숙아, 세상을 넓고 크게 보아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투쟁하고 있는지를..

패배한 자의 초라한 모양과 주위의 냉랭한 시선을..

세상은 차다.

그러나 넌 포근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7월 28일

 

 

 

 

우리 生이란..

 

한움큼 모아진 물은 아니겠지요.

 

저 강물 빛나는 모래알처럼 흘러 정처없이 방황하고 마는 ..

 

그런 허무는 더욱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됐어요!

 

꿈과 희망과 용기와 지혜를 창조해야겠어요.

 

흔들려서 안되겠지요.

 

내가 가야할 곳이 있기에..

 

나는 쉬지말고 다른 누구보다 열심히 살겠어요.

 

모든 것을 등지고..오로지..

 

나의 목표를 향해..

 

 

 

 

 

 

7월 31일

 

 

 

 

입시 112일 전.  9시 53분 (pm)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금같은 시간을 돌같이 보내버렸다.

2시간 30분..1시간..10분..40분..

 

국어공부만 일주일 째..영.수도 그리 진도가 많이 못나갔다.

고문(고전문학)은 그래도 어느정도 체계가 잡혀있다.

내일부터는 독어에 들어간다.

허무한 얘기를 많이도 쏟았다.

잡담과 잡념을 버리고 공부에 전념해야겠다.

문희랑 1시부터 공부하기로 했다.

잘 되리라는 기대가 있다.

열심히 지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와 엄마 아빠 동생들..그리고 선생님..많은 고마우신 분들을 위해..

 

수학문제에 시간이 너무 소비되는 것 같다.

이번 방학동안에 영.수의 완전한 체계를 세워 놓아야겠다.

암기과목은 아직 손도 안댔는데..(매일 두 시간씩 문제풀이도 해야겠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겠다.

3학년 국어교과서도 틈틈이 읽어봐야겠다.

수학문제가 해결 안될 때는 서슴없이 문희에게 물어보고..

풀다가 머리에 잘 안들어 올 경우는 가벼운 암기과목이나 영어단어를 암기하고 ..

아침마다 영어 단어숙어 외우는 습관을 들이도록..

 

 

아~~ 이제부터 헛된 시간이란 죄악이다.

 

최선을 다해..

 

훗날의 영광을 위해..

 

현실은 쓴 법..

 

이겨야만 하는 것..

 

 

 

 

 

 

 

 ♬~~

 

모두가 사랑이예요 -해바라기-

 

 

 

 

고 3..

점심시간이면 교정에 울려퍼지던..모두가 사랑이예요..

미정이랑 팔짱 끼고 교정을 거닐때면..어김없이 울려퍼지던 노래들..

그 시절.. 점심시간동안 교내 스피커를 통해 들리던 노래들만이..

우리의 강파른 마음을 적셔 주었고..

꽉 막힌듯한 가슴에 찰랑거리는 숨결을 불어 넣어 주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그 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

시대만큼이나 암울했지만.. 순수했고 열망했고 기대에 찼던 나날들..

 

 

 

 

 

  

- 열 일곱 벗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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