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가을을 만나러 간 날에 추억을 만나다.
권중아, 어찌 살고 있니?
저 사법연수원 건물을 볼 때면 네 생각이 난다.
누나..누나..하며 쫄쫄 따라댕기던 너랑..동훈이랑.. 윤태랑..
한 때 나의 애인이 되어주었던 너희들..
끝내 동훈이의 전화를 거부해버렸던 일이 후회스럽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차라리 잘 되었다 생각하련다.
윤태는 어렵게 산다 들었는데..
그래도 워낙 착하고 성실한 녀석이니..
소담한 가정 꾸려 잘 살고 있을거라 짐작해 본다.
동훈이 녀석이 걱정이다.
늘 방황하고 헤매이고 취한 듯 휘청거리던 너였기에..
지금도 그렇게 허적이고 있을까봐 걱정이다.
녀석..해운대조선비취호텔이라고..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고..지금 함께 있다고..행복하다고..
이른 아침 자랑처럼 설레임처럼 내게 전활 걸어오던 녀석..
가슴에 현실은 없고 낭만과 이상과 열정만 가득했던 놈..
권중아, 너야 걱정할 게 없단다.
잘 생기고 능력있고 성실하고 누구보다 착한 녀석이니..
중앙도서관에서 이유없이 끌렸었는데..
가방을 싸서 도서관을 나오는데 후다닥~쫓아나와..
느닷없이 "눈이 참 예쁘시네요." 수줍게 말 걸어올 때..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불렀었던지..
그때..난 스물 둘..넌 갓 스물의 새내기..
후훗~~
언젠가 연수받으러 저 사법연수원엘 가끔 온다하던 네 말이 떠올라..
저 건물만 보면 네 생각이 난다.
이제 너희도 머리 희끗한 중년이 되었겠다.
이 누나가 못나서 그리 다정하던 우리들 관계를 지속하지 못했구나..
참 그립다.
그 시절처럼..너희랑 술 한 잔 나누고 싶다.
첫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누나 최고로 비싸고 맛난 거 사주고 싶다고..
비싼 함박스테이크에 그 와인 ..이름이 뭐였더라? 백포도주였는데..??
그날 새벽 깊도록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깊었었을까? 우린..
잊히지 않는 추억이 너무 많구나..돌이켜 보니..
2박 3일 함께 여행가자 졸라대던 너희들..
그 날의 언약은 지켜주지 못했지만..
그러한 기억..추억들로도 지금 행복할 수가 있구나..
고맙고 미안하다.
권중이..동훈이..윤태..
나를 ..누나..라 진정으로 불러주었던 녀석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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