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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우나 이야기

우나, 첫 논술 치던 날

by 벗 님 2012. 9. 23.

 

 

 

 

 

 

오후 3시..첫 논술시험이 있는 날..

아침부터 마음이 조급한 나에 비해 만사태평인 우나..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줄 모른다.

 

 

"엄만, 내가 천 명이 넘는  아이들을 물릴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50명 모집에 1,900여명이 지원해서 1,900명은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나..)

유난히 경쟁률보다 지원자수에 민감한 우나..

"엄마, 그냥 즐기다 올테니 별 기대는 하지마."

어쩌면 나의 기대가 더 부담이 되어 하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점심 먹을 여건이 어떨지 몰라 삼각김밥이랑 과일로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해서..

일찌감치 출발한다.

 

 

 

 

 

 

 

출발

 

 

 

 

 

 

지하철 3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데..왜 그리 복잡한지..

몇 번 와 본 곳인데도 길치에 방향치인 난 방향을 잃고 반대방향으로..

우나가 다시 방향을 잡고..내가 엄말 데리고 다녀야 한다며..핀잔이다.

 

아빠랑 손잡고 나란히 가는 세쌍동이?..

인형처럼 예쁜 이국아이들..저들도 방향을 잘못 잡았는지..

멈추어 헤매다 다시 방향을 바꾼다.

 

 

 

 

 

 

 

◆ 점심

 

 

 

 

샐러드..양배추에 소스..뭐 그런대로 깔끔~~

 

 

 

 

 

 

 

에걔~~ 뭔밍~~??

 

 

 

 

 

 

 

 

우나가 시킨 치즈돈까스..엄청 느끼~~

 

 

 

 

 

 

 

 

돈부리?? 돈까스 덮밥이라길래 시켰는데..

 

계란국에 돈까스 퐁당~~대따 짜기만 하궁~~

 

 

 

대학교 앞에 도착해서 우나가 튀긴 음식이 먹고 싶다길래 들어온 일본식 식당..

분위기는 고급레스토랑 분위기였는데.. 맛은 완전 꽝~~

웬만해선 음식 남기는 법이 없는 내가 남겼을 정도니..

가격은 배로 비싸고..

 

일단 조용하고 분위기는 좋으니..

1시간여 남은 시간동안 이곳에서 쉬다가 시험장으로 가기로 한다.

옆테이블 두어군데도 시험치러 온 학생들이나 따라온 가족들인 듯 하다.

좀 쉬든지..파이널 다시 한 번 챙겨 보든지..

이 와중에도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있는 딸아이가 나는 못마땅하다.

 

시험치는 날 뭐라 잔소리하기도 그렇고..

여튼..A형인 나랑 B형인 딸아이는 기본 생각부터가 참 마니 다르다.

 

만사가 근심인 나..

만사가 태평인 딸..

 

 

 

 

 

 

◆ 기다림

 

 

 

 

 

어딜가나 지각생은 있기 마련..

어딜가나 시험장 잘못 찾아든 학생도 있기마련..

101호면 제일 첫교실일텐데 2층까지 올라갔다온 우나..

어찌어찌 시험은 시작되고..

그제야 서성거리던 마음 잡고 여기저기 앉아 기다리는 부모님들..

 

 

 

 

 

 

 

 

 

시험 시작되고도 한참을 시험장 앞을 떠나지 못하다가..

조용하고 구석진 곳으로 가서 미리 앉아 계신 아주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옆자리에 동석을 한다.

 

교내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는 한가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우나가 기다리는 동안에 들으라며 틀어준 음악을 듣고 있노라니..

피로감과 나른함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긴 기다림은 이어지고..

한참 후에 옆자리 아주머니가 자리를 뜨길래..에라 모르겠다..

나는 벤취 하나를 독차지하고 벌렁 누워버린다.

 

키 큰 은행나무 잎새들 사이에서 노오란 은행열매가 참 알알이도 맺혀있다.

그렇게 잎새들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눈부시게 바라보다..까무룩~~~

 

문득 깨어나니..옆 벤취마다 사람들이 조로록~~

자다가 방귀를 뀐 건 아닌지..코를 곤 건 아닌지..

 

 

 

 

 

 

◆ 시험

 

 

 

 

 

 

 

 

 

 

 

 

 

 

시험이 끝나고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얼굴이 다들 밝고 환하다.

아이들 틈에서 제일 반짝일 딸아이 얼굴을 한참 찾고 있는데..

 

"엄만 딸 얼굴도 몰라?"

 

그렇게 한사코 아이들이 나오는 출입문만 응시하며 딸아이 얼굴을 찾았건만..

바로 코앞 까지 온 우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말았다.

 

시험이 무척 쉬웠단다.

그래서 아이들 얼굴이 하나같이 밝았구나..

평소엔 시간이 모자라거나 빡빡하던 우나도 1시간이나 남아돌더란다.

지나가며 나누는 대화를 들으니..

내가 수리논술을 다 풀 줄은 몰랐다며..의기양양해 하는 남학생..

여튼 대부분의 아이들 반응이 문제가 쉬웠다는 분위기다.

 

우나도 시험이 너무 쉬워..의아하더란다.

문제를 다 풀고 다시 골똘히 점검하니..

역시..1번.. 2번..문제에 함정이 숨어있더란다.

어쩌면..쉬웠다는 아이들은 함정에 빠진 아이들일지도 모르고..

말처럼 쉬웠을 수도 있고..

 

어쨌거나..맘에 안드는 우리나라 입시제도..

 

 

 

 

 

◆ 여유

 

 

 

 

 

 

 

 

 

 

 

캠퍼스안의 호숫가를 거닐며..잠시 여유를 부려본다.

어디서 들었는지 우나 말에 의하면..

모 대학의 캠퍼스가 퐁당 빠질만큼 크다는 교내 호수..

 

" 엄마, 아마 애들 원서비 받아서 이 호수 만들었을 걸..?"

 

딸아이의 비유가 맞는진 모르겠지만..수시..라는 입시제도가..

대학들의 배를 엄청 불리워준 것만은 사실이다.

 

 

 

 

 

 

◆ 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서울 메트로 ? 에서 주관한 잉카문화체험의 일환이듯한 공연..

우나도 나도 저들의 색다르면서 슬픈 듯한 가락에 잠시 멈추어 빠져들었다.

 

마츄픽츄..

 

딸아이 손잡고 가볼 날 오려나..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