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바치나이다 범능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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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피는 것 보다
님께 바칠 것은..
피어지는 꽃이니이다.
1987년 7월 3일. 흐린 후 맑음. 금 .
고운사에서의 4박5일 동안의 수련대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마음 안을 휘저어 놓았던 그 공허하고도 침울했던 바람이 이제사 안정을 얻고 있는 듯 하다.
무언가 모르게 가슴에 사르라니 느껴오는 감정..
허무감 속에서도 의연할 수 있을 것 같고 ..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꿋꿋할 수 있으리라는 자만 비슷한 자신감이 생겨난다.
모든 고뇌는 집착하는데서 생겨난다.
그러므로 미워하는 감정도 좋아하는 감정도 가지지말 일이다.
스님들의 옥보다 더 청아하던 그 살빛과 있는 듯 없는 듯 ..잔잔한 표정..
특히 우리랑 내내 같이 하시던 원주스님을 잊을 수 없다.
아주 섬세하게 다듬어지고 정화된 듯..
아침이슬보다 맑은 스님들 앞에서 한갖 세인은 몸둘 곳이 마땅찮아 혼이 났다.
세태에 찌든 내 얼굴이 부끄러웠고..결코 맑고 깨끗하지 못한 내 마음이 죄스러웠다.
내 두 눈동자 가득 고여있는 티끌을 감지 하실까 두려웠었다.
나는 이렇게 부끄럽고 초라한 존재였던 게다.
내 본질..그 실체..
참으로 허망하다.
보잘것 없다.
가슴깊이 새겨지는 이 서글픔..
존재에 대한 연민..
나는 여지껏 무엇을 바라 여태도록 허덕이며 삶에 매달려 미워하고,.
미워하며 사랑하고 .. 누군가를 바라고 ..
내 존재의 의미를 억지로 가치롭게 하고자 이기주의자가 되어버리면서..
그렇게 ..그렇게..살아온 짧은 삶의 날들..
그러나 무엇을 탓할 수 있을까?
내가 바라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주지 않았을 뿐인데..
존재..너와 나..우리..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
그러나 난 혼자였는 걸..
언제나처럼..
어제도..오늘도..내일도..
<스무살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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