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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댈 잊지 못해서...
5월은 그지없이 사랑스러웠다.
우리 마을 담장을 아름드리 엮어놓았던 넝쿨장미들의 향연으로 하여..
언젠가 내집 울타리도 이 넝쿨장미로 빙 둘러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만든..
그 중..하얀 넝쿨장미는 내 맘을 더욱 끌어당겼었다.
하얀색의 순수와 순결..순백을 지향하던 스무살의 마음처럼..
1987년 6월 22일. 월요일. 맑음.
벗님과 한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이 뒤엉켜 머릿속을 온통 헤집어 놓고 있다.
지난날 무엇이 그토록이나 나를 슬프게 했는지..
한 아이를 생각하며 흘리운 눈물의 나날..
그리움의 그 하루들이 오히려 그리워진다.
진정 사랑했다.
그리웠다.
오직 너 하나만이 내겐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의 내 감정은 결코 지난날처럼 순수하지 않다.
알량한 여자의 마음이 부끄럽다.
여태도록 소식 한 장 없는 사람이 야속하다는 생각은 없다.
단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고만 생각한다.
이러한 마음이 신뢰라는 것일까..
지금 내 마음이 어지러운 것은..
왜 나란 여잔 단 한 사람을 미치도록 사랑하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방금 읽은 수기의 주인공처럼
그렇게나 한 사람을 위해 순종하고 설레이며 가슴앓이하지 못하는 것일까..
자기애..이기주의..
내겐 이러한 것들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걱정된다......
무엇때문일까.....
오로지 순수하게..
모든 이해타산을 버리고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야겠다.
높고 귀한 사랑..
그 어떠한 시련도 한줄기 눈물로
감수하며
용서하며
이해하며
기도하며
그렇게 사랑해야지.
- 스무살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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