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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오랜만에 날아온 편지

by 벗 님 2012.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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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스레 힘든 날 턱없이 전화해..
말없이 울어도 오래 들어주던 너

 

 

 

 

정애야, 너의 글 반가웠다.

그리고 다소 마음이 놓이더구나!

몇 번 너의 집으로 편지를 띄웠는데 답장이 없어서

혹시..어떤 절망 안에서 방황이나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편지를 쓸 수 없는지도 모른다고 나름대로 생각했었단다.

 

내가 그랬었거든..

한 번 방황 속을 헤매이게 되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내겐 그 어떤 마음의 여유조차 없어지게 되고말지.

 

 

 

 

 

 

정애야, 늦게나마 축하 보내고 싶다.

기쁘다.

대학 생활은 어때?

 

전공도 네 마음에 들고 친구들도 어려움 없이 사귀고 있다니..

재미있게..충실하게 보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가끔씩 숙녀가 된 네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화장기 없는 얼굴에 단발머리..여전한 너의 모습을..

 

 

 

 

 

 

 

 

 

 

정애야,

삶이란 언제나 순탄할 수만은 없는 것이기에 때론 시련을 맞아 고민하고 방황하고..

그러다가 절망의 구렁에서 허우적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으며..마음먹기에 따라

우린 우리에게 닥쳐오는 생의 시련을 극복하고 또 다시 밝은 생을 갈망하며..

그 안에서 평화를 얻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꿋꿋이 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애야,

우리의 초록빛 교정에 만발하던 초록빛 사연들은

우리의 마음 안에서 영원토록 순수하게 빛나고 있다.

잊지 말자.

아름다왔던 날들..너..그리고 나..

 

 

 

 

 

 

그래, 삶은 자꾸만 메말라 가고 있는 듯 하지만..

사노라면 많은 것들을 잊고 살만큼 마음이 각박해지기도 하겠지만..

내게 소중한 사람들 조차..아무런 의미도 없이 빈가슴을 스치고 말 때도 있겠지만..

어쩌다 날아온 친구의 하얀 사연을 받아들고..

나는 다시 삶을 찬미할 수 있게 되곤 한다.

 

 정애야, 어쩌다 오랜 날..우리가 서로 소식이 없더라도 ..

잊혀졌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한 번 마음 안에 자리한 사랑과 우정은 잊혀질 수 없고..

잊혀져서도 진정 안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설사 내가 그네들에게 잊혀지고 만다해도 ..

그들을 끝까지 기억하며 이해하려고 애쓸것이다.

 

 

 

 

 

 

 

 

한 번 뿐인 생..많고 많은 사람 중에

너와 만났고..

너와 사연을 나누었고..

의미있는 미소도 나누었다.

 

정애야..하고픈 말이 참 많지만..

못다한 얘기들은 고이 접어 두었다가 다음 번 만남에서 펼치기로 하자.

시험 잘 치루고 건강한 생활 하도록 !

조만간 우리 한 번 만나자.

 

안녕..

 

 

 

 

 

 

 

87년 6월 5일..

 

숙..

 

 

 

 

 

- 스무살 벗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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