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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날 웃게 한 사람
그 사람 날 울게 한 사람
그 사람 따뜻한 입술로 내게
내 심장을 찾아준 사람
1986년 6월 19일. 금. 비.
이렇게 비내리고 흐릿한 날이 좋다.
우울해진 내 마음과 어울리는 날이기때문이다.
나는 왜 여기에 이렇게 머물고 있는 것일까?
비는 저토록이나 후련히 메마른 땅덩이를 적셔주고 있는데..
내겐 이 가슴의 허전함을 토로할 눈물조차 흐르지 않고 있다.
진정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너를 만났고..
너의 사랑을 받았고..
너로 인해 눈물도 떨구었고..
이제는 네가 보고싶어지는데..
너는 왜 오지 않는 걸까?
어저께 시내에서 시위를 하면서 난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앞뒤에서 전경들이 몰려오고 체류탄은 사정없이 떨어지는데..
두려움에 자꾸 비굴해지려는 내 마음이 싫어졌다.
그때 그 많은 인파 속에서 내겐 의지할 아무런 것도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무서웠고..또 네가 그리웠나 보다.
오늘도 행여..오지 않을까..기대해본다.
그러나 오지 않을 모양이구나..
하지만 좋단다.
이렇게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그리워한다는 것..
그리고 눈물 흘린다는 것..
보고싶다는 것..
이러한 감정들이 내 마음 안에서
풀꽃처럼 순수하게 자라나고 있음이 얼마나 보배로운 일일까..
그리고 조금씩 내 마음을 물들이는 아련한 슬픔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곱게 채색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오히려 타인이듯 냉정하게 나를 대해도..
나는 끝까지 이해하고 포옹하며 ..
단지 너의 도움이 되기위해
마음을 다스리고 정화시켜 나가는 게 아닐까..생각한다.
내 곁을 떠나는 뒷모습까지 사랑할 수 있기를..
마침내 사라져간 그 뒷모습의 여운을 오래도록 상기하며..
그를 위해 기도할 수있는 한 여인으로 성숙되기를..
만남은 한순간의 기쁨..
그리움은 오랜 슬픔..
사람을 못견디도록 만드는 것은 그리움..
그러나 그 한순간의 기쁨보다
오래도록 그리워 할 수있다는 것이 차라리 좋은 것 같다.
기쁨은 순간이였고..
그 순간 뒤에 내게 남는 것은 허망함..
까닭모를 비애..
그리고 누군가에 대한 원망..
그것 뿐이였다.
삶..
보다 신중히 열심히 의미있게 살다 가야겠다.
사랑..
보다 높고 귀하고 순결하게 아낌없이 사랑해야겠다.
- 스무살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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