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록 아픈 추억들만 남았지만
그때만은 진실했던 사랑인데..
어느날 문득 창문을 열어젖혔을 때..
진하게 느껴오는 내음..무엇이였을까?
그것은 어느새 성숙해진 찔레꽃 향기였다.
뒤뜰을 거닐 때..
초록빛 무성해진 찔레나무 앞에서 망연해지는 것은..
이미 꽃잎은 시들고 그 향기는 공기속으로 분해되어버렸기 때문..
그보다도 언뜻.. 5월의 종말을 예감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87년 5월 31일. 일요일.맑음.
녹음기를 꺼버렸다.
새들의 노래소리의 순수를 음미하고 싶어서였다.
게으른 나를 실컷 비난해버려야겠다.
새들의 음성이 적막함을 더해주기만 할 뿐..
대문 앞에 매어둔 개의 짖음 또한 나를 실망하게 한다.
방문을 활짝..그리고 커튼을 환히 젖혀놓고서는
아무런 느낌도 없이 대문쪽을 향하는 내 눈길의 그윽함..기다림..
그리운 한 아이의 미소와 부딪치는 나의 눈..그러나 슬퍼진다.
굳게 닫힌 대문은 몽상에서 나를 끄집어 내고야 만다.
지난날..추억..
왜 이다지도 아름다와서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일까?
타오르던 눈길..
그 뜨겁던 여름날의 태양보다도 더 강렬하던 눈동자의 이글거림과 마주치는 순간..
내 온 신경은 굳어버리고..내게 있던 온갖 서러움..미움..배반..증오가
온통 그애의 두 눈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던 그 한때..
나는 용서할 수 밖에..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밖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두 사랑이 존재한다.>
무의미했다.
아무 소용도 없는 언어들이라고 그땐 생각했다.
이제금 생각하니..
배반감과 가슴의 쓰림과 아픔..무너지는 듯한 허무를 느끼면서도
한 아이를 끝까지 이해해주려고 했던 나..
아린 가슴을 움켜쥐고 뚝뚝 눈물 떨구던 그 때의 나는
차라리 얼마나 더 순수했었던가..
지금 나는 온통 두렵기만하다.
물거품이 되고마는 허무를 느끼며 살고 있기에..
- 스무살의 일기 中 -
'♥추억 > 스무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날아온 편지 (0) | 2012.06.08 |
---|---|
만남과 사랑은 허무했다 (0) | 2012.06.02 |
비온 후에 (0) | 2012.05.27 |
나의편지- 목표를 가지고 산다는 건.. (0) | 2012.05.21 |
내겐 행복이 있다 (0) | 2012.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