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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5월의 종말을 예감하다

by 벗 님 2012.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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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아픈 추억들만 남았지만
그때만은 진실했던 사랑인데..

 

 

 

어느날 문득 창문을 열어젖혔을 때..

진하게 느껴오는 내음..무엇이였을까?

그것은 어느새 성숙해진 찔레꽃 향기였다.

 

뒤뜰을 거닐 때..

초록빛 무성해진 찔레나무 앞에서 망연해지는 것은..

이미 꽃잎은 시들고 그 향기는 공기속으로 분해되어버렸기 때문..

그보다도 언뜻.. 5월의 종말을 예감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87년 5월 31일. 일요일.맑음.

  

 

 

 

녹음기를 꺼버렸다.

새들의 노래소리의 순수를 음미하고 싶어서였다.

게으른 나를 실컷 비난해버려야겠다.

새들의 음성이 적막함을 더해주기만 할 뿐..

대문 앞에 매어둔 개의 짖음 또한 나를 실망하게 한다.

 

 

 

 

 

 

 

 

 

방문을 활짝..그리고 커튼을 환히 젖혀놓고서는

아무런 느낌도 없이 대문쪽을 향하는 내 눈길의 그윽함..기다림..

그리운 한 아이의 미소와 부딪치는 나의 눈..그러나 슬퍼진다.

굳게 닫힌 대문은 몽상에서 나를 끄집어 내고야 만다.

 

 

 

 

 

 

 

 

 

지난날..추억..

왜 이다지도 아름다와서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일까?

타오르던 눈길..

그 뜨겁던 여름날의 태양보다도 더 강렬하던 눈동자의 이글거림과 마주치는 순간..

내 온 신경은 굳어버리고..내게 있던 온갖 서러움..미움..배반..증오가

온통 그애의 두 눈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던 그 한때..

 

 

 

 

 

 

 

 

 

나는 용서할 수 밖에..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밖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두 사랑이 존재한다.>

 

무의미했다.

아무 소용도 없는 언어들이라고 그땐 생각했다.

 

이제금 생각하니..

배반감과 가슴의 쓰림과 아픔..무너지는 듯한 허무를 느끼면서도

한 아이를 끝까지 이해해주려고 했던 나.. 

 

아린 가슴을 움켜쥐고 뚝뚝 눈물 떨구던 그 때의 나는

차라리 얼마나 더 순수했었던가..

 

지금 나는 온통 두렵기만하다.

물거품이 되고마는 허무를 느끼며 살고 있기에..

 

 

 

 

- 스무살의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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