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8월 27일. 수. 맑음
문득 현실에 한 톨의 회의를 뿌려본다.
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서야했는지 물음표를 그려본다.
스스로 막막해지는 내가 싫어진다.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던 허망한 기대가 무산되는 순간이다.
나는 왜? 자유로울 수 없었느냐고 허공에 소리친다.
이렇게 이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어야 했는지 ..내가 가여워진다.
얼굴 가득 울음이 그려진다.
그러나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러할 수 밖에 없음이 나의 현실이다.
내 꿈틀거리는 소망을 잠시 접어둔들 어떠하리..
내겐 보다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을 위한 내 삶이 조금은 힘들고 서러운들 또 어떠리..
사랑하는 그들이 있어 내가 존재함을 어찌 부인할 수 있을까..
꿈을 키울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
그래서 지금의 이 위치가 어찌 생각하면 우울한 행복인지도 모른다.
나 하나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산다고 생각하면 안식할 수 있는 위로를 얻는다.
열심히 생에 젖어든다.
소나기에 흠뻑젖은 아름다운 여체마냥..
나 또한 생에 젖어서..아주 흠뻑 젖어서 살고 싶다.
회의라는 말일랑 새기지 말자.
후회도 결코 하지 말자.
이왕 들어선 이 곳에서 지치도록 열심히 공부하리라.
소망은 서서히 내 안에서 꿈을 키우며 그렇게 혼자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두자.
조금은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나 하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길 때..
그땐 ..못 다해준 정성으로 내 온 마음을 다하여 가꾸어 보리라.
내겐 행복이 있다.
이렇게 소망에 대한 급작스런 미련도 내게 행복이 있다는 암시임에 틀림이 없다.
- 스무살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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