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내가 산을 처음 만난 건 언제였을까..
내가 산을 처음 사랑한 건 언제였을까..
30년이나 산을 타셨다는 울엄마는
전국의 산 안 가본 곳이 없을만큼 산을 오래..많이 타셨다.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산을 가장 잘 타신다.
우리가 헉헉대면 오르는 산길을 울엄마는 무슨 평지 걷듯 사뿐사뿐 걸으신다.
문수산에서 전에 다니던 산악회 회원들을 만났는데..
한창 산을 타시던 그 시절이 그리워 눈물이 나서 혼났다던 울엄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 근처의 신선산을 오르셨던 엄마..
방학이면 엄마따라 오르곤 했던 신선산..
그래서일까..
조그만 오르막에서도 보통사람보다 호흡이 가쁜 내가 지금 산을 좋아하게 된 건..
은연중에 울엄마의 산사랑이 내게로 전이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요만큼이나마 산을 좋아하게 된 건 다 울엄마 덕분이다.
대학시절..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고동창이 자기 따라 가자 해서 올랐던 파계사 성전암..
그 날..굽 높은 단화에 진달래색 투피스 입고 얼떨결에 그 가파른 성전암을 올랐던 나..
기집애..산엘 가면 간다고 말이나 해줄 것이지..
굽 높은 신발에 치맛자락 휘날리며 성전암을 오른 사람은
어쩌면 내가 최초이자 최후가 아닐까..싶다.
성철스님이 기거하셨다는 성전암..
거기서 들은 스님의 설법은 젊은 나에게 참 많은 생각과 용기를 주었다.
연애시절..
내남자랑 팔공산 갓바위에 올랐던 게 우리 둘 첫산행이라면 산행일 것이다.
그날..머리에 돌갓을 올린 산정의 거대한 불상 아래에서
엎드려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간절한 모습이 참 오래 기억에 남았다.
몰랐는데.. 내가 이제 엄마가 되고 아이들이 점점 자라나니..
그렇게 엎드려 기도하던 어머니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된다.
결혼 후..
아이들 키우느라..사느라..산을 잊고 살아온 세월..
불혹을 넘기고..
어느날 문득 산이 그리워져 매주 산행을 한다는 샤론언니 따라 그렇게 산을 타기 시작한 나..
그러면서 산이 좋아지기 시작한 나..
어느날 부터인가 내남자랑 함께 산행을 하기 시작하고..
이제는 나보다 산을 더 좋아하게 된 내남자..
내남자 덕분에 멀리 있는 소백산 태백산 월악산 치악산 오대산도 다녀오고..
종주라는 것도 해보고..
이제는 백두대간 종주랑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도 도전해볼 야심찬 계획도 세워본다.
♡
살아갈수록 사는 일이 녹녹지 않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살아감에 위안이 되고 의지가 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지금의 나에겐 산이 그러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있다.
산을 타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시름을 다 잊게 된다.
산은 나의 시름을 덜어내주고 나를 가볍게 해 준다.
그리하여 나를 강인하게 하고 다시 살아가게 해준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