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리고 그렇게 한참이 지나도록 이 불가를 떠나지 않았다.
어려서 부터 불이 좋았다.
불장난을 좋아해서..그래서인지 아홉살무렵까지 오줌싸개였다.
어느날 이른 아침..
엄마가 옆집 영자언니네 점방에 가서 소금을 얻어오라시기에..
가서 "엄마가 소금 달래요." 그랬더니
영자언니랑 점방아줌마가 깔깔거리며 "너 오줌쌌구나."
집에 돌아 온 난 소금바가지를 내동댕이 치고는
주저앉아 악을 써대며 울었던 기억..
무지 창피했었나 보다..그 어린날의 나..
타오르는 불길이 좋았다.
불줄기의 흔들림이 좋았고..
타들어가는 나무 냄새..
솔솔~~ 피어나던 자욱한 연기..
적당한 거리에서 쬐이는 그 따스한 온기..
아궁이에 불을 지피시며 군밤을 구워 주시던..
세상없이 착하시던 맏엄마와의 추억..
내남자와 마른 캠퍼스잔디를 태우던 기억..
불이 보고싶다하던 나를 위해..
남의 논 짚가래를 활활 태워 주던 내남자..
그 모든 불에 대한 기억이 좋았다.
- 벗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