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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풀꽃 이야기

감국차 예찬

by 벗 님 2012. 1. 12.

 

 

 

 

 

그제 저녁..

코가 맹맹하니 몸에 열도 나고..심상찮은 재채기도 나고..

증상이 딱  독감이 올 전조이다.

며칠 전 어느 분이 감기로 고생하신다기에 ..

난 몇 년째 그런 거 모르고 사노라..잘난 척을 했더니만..

벌 받았다 싶은 맘..어째 그 말 할 때 맘이 찜찜하더라니..

시간이 지나니 콧물도 쿨적거리게 되고

이거 한 며칠 또 고생하게 생겼구나..했는데..

 

원래가 약은 잘 안먹는 체질이라..그냥 따끈한 감국차를 우려서

잠들기 전에 커다란 머그잔에 두 잔이나 우려 마시고 잤다.

요즘 전에 없던 버릇이 들었는데..

쫌만 아프면 잠자리에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이것도 나이 들어가는 징조인지..

집안 일 할 때도 에구~에구~

나도 모르게 이런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짓는데..

희안하게 몸이 평소보다 더 가뿐한 게..

감기기운이 거의 말끔해져 있는 게 아닌가..

뒤늦게 일어나 베란다로 담배 태우러 가던 내남자가

"몸은 어때?" 하고 묻는다.

"응..이상하게 몸이 가뿐하네..아무래도 감국차 때문인 거 같아요."

 

내가 먹은 거라곤 잠들기 전..감국차 두 잔 뿐인데..

감국차에 감기에 좋은 효능이 있는걸까?

인터넷검색을 해 보았다.

 

<※ 감국차의 효능

      : 해열 제독의 작용을 하며, 현기증, 감기, 두통, 눈의 충혈, 폐렴, 기관지염, 위염, 고혈압 치료에 쓰인다.>

 

'그러네.. 감기에 좋다고 되어 있네.'

보통 감기는 약을 먹어도 일주일 안먹어도 일주일은 간다고 하지 않던가..

내 경험상으로도 그래 왔고..

그리고 보통 감기도 아니고 몸에 열이 나는 게 딱 독감증상이였는데..

 

참 신통방통하다. 감국차..

 

 

 

 

 

 

 

 

<우나는 투명한 유리잔 보다..투박한 이 잔에 마시는 걸 좋아한다.>

 

 

밤 늦도록 공부하는 우나는 늘 마실 거를 찾는다.

그러면 바나나나 딸기 얼려 두었던 걸로 우유랑 갈아서 주거나..

아님..홍삼가루에 우유랑 꿀을 타서 주거나..

우나가 제일 즐겨 마시는 매실음료를 준다.

그렇게 시원하게 만들어 주면 맛나다면서 잘도 마셨는데..

 

최근엔 추운 날씨 탓인지..

"뭐 따뜻한 거 없어요? 하고 따끈한 음료를 찾는다. 

한겨울에도 아이들은 늘 차가운 음료만 고집했더랬는데..

웬일??

 

"뭘 줄까?  엄마가 마시는 감국차 마셔볼래? "

왠지 아이들은 국화의 알싸한 향을 싫어할거란 선입견에 아예 줄 생각도 안했는데..

일단 말린 감국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꽃이 다시 피어나는 과정을 우나랑 쏭이에게 보여주면서..

감국차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고..

 

우나의 반응이 어떨까?

예의 주시하고 있는데..의외로 우나의 반응이 좋다.

꽃잎 하나가 덜 피었다고 다시 피워달래질 않나..

작은 감국꽃잎을 따서 씹어 먹어 보기도 하면서..

맛나단다.

 

'참 신통하다. 진즉에 줘 볼 걸..'

 

 

 

 

 

 

 

 

 

 

 

 

 

712

 

<2011년 봄..울집 앞에 핀 매화>

 

 

 

요즘 우나는 밤마다 .."엄마, 꽃차 주세요.꽃차.."

우나가 곧잘 흉내내는 아가목소리로 꽃차를 주문한다.

그리곤 한다는 소리가 "엄마..꽃차 마니 있어요?" 하며..

꽃차가 떨어질 걸 염려씩이나 한다.

 

" 걱정 마. 봄 되면 또 꽃은 피어나니까.."

"감국차 떨어지면 매화차 만들어 줄게."

"우리 빌라 화단에 매화나무 많잖아."

 

 

 

 

근데..

 

꽃 따는 건.. 늘 ..

 

죄를 짓는 듯한 맘이 들어서..

 

꽃에게 미안해서..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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