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즈음의 우리동네 미장원 앞 풍경이다.
왠지 까칠해뵈는 주인여자의 외모와는 다르게
이 미장원 앞은 온갖 화초들로 풍성하고 싱그럽다.
이 앞을 오갈 때면 늘 발걸음을 멈추어
꽃들에게 시선을 맞추고 디카에 담기도 한다.
한날은 평소 뵈지 않던 트리안이 야외 나무탁자 위에 놓여져 있었다.
실내에서만 있던 트리안이 좀 시들해 보여
주인여자가 일광욕이라도 시켜주려 내어 놓은 듯 하다.
나는 작고 앙증스런 초록 이파리들이 조로록 달려 있는
이 트리안을 무척 좋아한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줄기찬 생명력과
앙증한 초록 잎새들의 무성한 번식력이 좋고
무엇보다 싱그러움이 돋보여 사진빨도 참 이쁘게 받아 좋다.
마침 비온 후라 얼마나 산뜻하고 싱그러운지..
우리집에도 트리안 화분이 하나 있다.
내게로 온지 얼마나 되었지?
수 년은 족히 된 나의 트리안..
사실 나의 무심함으로 시린 겨울날 동안에도
베란다에 방치한 채 겨울나기를 한 적도 여러번..
그렇게 천덕꾸러기처럼 내버려 두었다 조금만 관심을 주어도
앙증하고 파릇한 잎새를 다시 틔우고 금방 무성해지던 트리안..
올겨울엔 더 추워지기 전에 트리안을 거실 안으로 옮겨두고 물도 부지런히 주고 가꾸고 ..
그런데 며칠 전 트리안이 자꾸 무성해지니 원래의 화분이 비좁아 보이기도 하고
큰 화분으로 옯겨주면 더 싱싱하고 무성한 트리안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욕심으로
큰 화분에 있던 스킨다부스와 서로 화분을 맞바꿔주었다.
내심 더욱 잎이 무성해질 싱그러운 트리안을 기대하면서..
그런데 트리안이랑 스킨다부스랑 하루가 다르게 생기를 잃어가더니..
그예 두 놈 다 말라서 사망해버렸다.
그래도 워낙에 생명력 강한 두 놈이니 다시 빼꼼히 살아나길 은근 기대하면서
며칠을 기다련건만..
결국 두 놈 다 다시 소생하지 못했다.
난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화분을 맞바꿔 주었고 원래 자기흙도 고대로 옮겨 주고 물도 듬뿍 줬는데..
그냥 방치해도 끈질기게 살아나던 놈들이..
왜 그리 허망하게 시들어 버렸는지..난 알 수가 없다.
스킨다부스에겐 미안하지만 트리안이 못내 아쉽고 그리워..
"꽃집에 가서 트리안 화분 하나 사와야겠다." 혼잣말처럼 했더니..
옆에 있던 우나가 이런다.
" 헐~~엄만 ..얘네들이 들으면 어쩌려구??"
마치 생명 있는 것들을 대하듯 하는 딸의 그 말이
작은 울림이 되어 무심한 나에게 일격을 가한다.
그렇지..식물들도 다 느낀다고 그랬지.
자기 이뻐해 주는 거 알 ..
사랑해 주는 거 알고..
관심 주는 거 알고..
다 느낀다고..
그래서 물을 줄 때도 이쁘다 이쁘다..하면서 말 걸어 주면
더 푸르고 더 싱싱하게 자란다고..
하물며 사람의 아이들이야..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이쁘다..잘 한다..최고다..하는 칭찬의 말을
얼마나 자주 해 주었을까..
엄마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명분 아래 늘 이거 해라..저거 해라..
명령조의 말과 꾸지람과 짜증 성냄으로 일관하지는 않았을까..
그냥 이런 다짐을 해본다.
매 순간순간..소중하게 대하며 살아야지.
주어진 오늘..감사하며 불평없이 살아야지.
사랑하는 나의 딸들을.. 더욱 사랑해야지.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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