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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풀꽃 이야기

트리안이 사망했다.

by 벗 님 2012. 2. 17.

 

 

 

 

지난 가을 즈음의 우리동네 미장원 앞 풍경이다.

왠지 까칠해뵈는 주인여자의 외모와는 다르게

이 미장원 앞은 온갖 화초들로 풍성하고 싱그럽다.

이 앞을 오갈 때면 늘 발걸음을 멈추어

꽃들에게 시선을 맞추고 디카에 담기도 한다.

 

한날은 평소 뵈지 않던 트리안이 야외 나무탁자 위에 놓여져 있었다.

실내에서만 있던 트리안이 좀 시들해 보여

주인여자가 일광욕이라도 시켜주려 내어 놓은 듯 하다.

 

나는 작고 앙증스런 초록 이파리들이 조로록 달려 있는

이 트리안을 무척 좋아한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줄기찬 생명력과

앙증한 초록 잎새들의 무성한 번식력이 좋고

무엇보다 싱그러움이 돋보여 사진빨도 참 이쁘게 받아 좋다.

 

마침 비온 후라 얼마나 산뜻하고 싱그러운지..

 

 

 

 

 

 

 

 

 

우리집에도 트리안 화분이 하나 있다.

내게로 온지 얼마나 되었지? 

수 년은 족히 된 나의 트리안..

 

사실 나의 무심함으로 시린 겨울날 동안에도

베란다에 방치한 채 겨울나기를 한 적도 여러번..

그렇게 천덕꾸러기처럼 내버려 두었다 조금만 관심을 주어도

앙증하고 파릇한 잎새를 다시 틔우고 금방 무성해지던 트리안..

 

올겨울엔 더 추워지기 전에 트리안을 거실 안으로 옮겨두고 물도 부지런히 주고 가꾸고 ..

그런데 며칠 전 트리안이 자꾸 무성해지니 원래의 화분이 비좁아 보이기도 하고

큰 화분으로 옯겨주면 더 싱싱하고 무성한 트리안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욕심으로

큰 화분에 있던 스킨다부스와 서로 화분을 맞바꿔주었다.

내심 더욱 잎이 무성해질 싱그러운 트리안을 기대하면서..

 

그런데 트리안이랑 스킨다부스랑 하루가 다르게 생기를 잃어가더니..

그예 두 놈 다 말라서 사망해버렸다.

그래도 워낙에 생명력 강한 두 놈이니 다시 빼꼼히 살아나길 은근 기대하면서

며칠을 기다련건만..

결국 두 놈 다 다시 소생하지 못했다.

 

 

 

 

 

 

 

 

 

난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화분을 맞바꿔 주었고 원래 자기흙도 고대로 옮겨 주고 물도 듬뿍 줬는데..

그냥 방치해도 끈질기게 살아나던 놈들이..

왜 그리 허망하게 시들어 버렸는지..난 알 수가 없다.

 

스킨다부스에겐 미안하지만 트리안이 못내 아쉽고 그리워..

"꽃집에 가서 트리안 화분 하나 사와야겠다." 혼잣말처럼 했더니..

옆에 있던 우나가 이런다.

 " 헐~~엄만 ..얘네들이 들으면  어쩌려구??"

마치 생명 있는 것들을 대하듯 하는 딸의 그 말이

작은 울림이 되어 무심한 나에게 일격을 가한다.

 

그렇지..식물들도 다 느낀다고 그랬지.

자기 이뻐해 주는 거 알 ..

사랑해 주는 거 알고..

관심 주는 거 알고..

다 느낀다고..

그래서 물을 줄 때도 이쁘다 이쁘다..하면서 말 걸어 주면

더 푸르고 더 싱싱하게 자란다고..

 

하물며 사람의 아이들이야..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이쁘다..잘 한다..최고다..하는 칭찬의 말을

얼마나 자주 해 주었을까..

엄마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명분 아래 늘 이거 해라..저거 해라..

명령조의 말과 꾸지람과 짜증 성냄으로 일관하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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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런 다짐을 해본다.

 

매 순간순간..소중하게 대하며 살아야지.

 

주어진 오늘..감사하며 불평없이 살아야지.

 

사랑하는 나의 딸들을.. 더욱 사랑해야지.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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