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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하루를 뒹굴고 있다 -편지-

by 벗 님 2011.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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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86년 7월 31일   경이에게 띄운 글..

 

 

 

경이야..

 

태양의 입김이 너무도 강렬하다.

짙푸르던 대지의 신록들도 한풀 기가 꺾여버린 듯..

온통 태양이라는 독재자가 군림하는 세상이다.

난 여기에 반항할 힘도 잃어버리고..

어제도 오늘도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활동하는 거라곤 내 멍청한 두뇌 뿐이다.

 

매번 생각하는 건..

"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 존재의 가치는 어느정도일까?"

"산다는 건 무엇이고..나는 왜 사나?"

"그리고 사랑이란 무얼까?"

"가장 고귀한 만남은 또 어떠해야 하나?"

 

...............................!! ??

 

공부는 뒷전으로 보내고 종일 누워서 생각하는 게 고작이란다.

그러나 지루함을 느끼기 보다는 삶에 대한 한조각 신념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느낌이 와닿아 생각 속에서 뒹구는 하루를 즐기고 있다.

 

 

 

너의 글 받고 친구들에게 소홀했던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모두들 보고 싶다.

미운정..고운정..정이란 정은 다 들었던 우리였음을 부인할 순 없기에..

이제는 한걸음씩 성숙해지고 있을 모두를 생각해 본다.

그러다 문득..조그만 서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우리를 결국 이렇게 커다란 세상에다 내동댕이쳐버릴 걸..

왜? 그토록 가혹하고 무의미한 곳에다..

우리의 소중한 소녀시절을 저당잡혀야 했었는지..

이제금 남는 건..미움과 증오 뿐이다.

 

 

 

경이..네가 취직을 했다니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이제 지나버린 과거보다는 미래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너도 이제 어엿한 한사람의 사회인이 된거로구나..

그 사회속에서 너도 성장하게 되겠지..

때론 냉정한 곳임을 인정하게 되고..

그 속에서 오는 고민과 방황을 감지하며..

눈물도 흘리게 되겠지..

 

그러나..경이야..

아무려면 우리가 지나온 그 혹독한 시절보다야 괴롭기야 하겠니?

우리가 한동안 살았던 그 삶은 나에겐..차라리 없었으면 나았을 그런 삶이였다.

그러나 우리 이젠 잊기로 하자.

생각할 수록 괴로왔던 일들을 애써 기억하며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든 게 이제부터라고 생각하고 ..너의 삶을 풍족하게 가꿔나가길 바란다.

어쩌다 생각나면..내게 편지도 띄우고 그래..

 

 

 

8월3일 울산에 내려갈 예정이야.

그땐..우리 모두 만날 수 있었음 좋겠다.

너랑..연이..정화..명희..광우..철규..영민..그리고 이경이도..

꼭 만나고 싶다.

 

 

아무쪼록 건강하고..다시 만날 때까지..잘 지내..

 

 

- 숙-

 

 

 

 

 

<스무살 일기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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