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급작스레 기온이 뚝 떨어진 날..
우리는 가까운 코스로 산행을 하기로 한다.
가사당암문으로 올라서 의상봉에 정점을 찍고 하산하는 코스..
의상봉에서 하산하는 길이 거의 암벽수준으로 가파르지만..
하산길에 바라보이는 풍경이 후련해서
삐삐언니랑 사비나랑 즐겨 오른던 코스다.
♥
자주 지나치던 산 아래 마을..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지나고..
한적한 시골정취가 묻어나던 모습에서..
조금씩 도시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마을..
저 멀리로 유구한 세월을 지키고 섰는
노적봉과 의상봉이 보인다.
백화사로 해서 올라가는 길에 어느 집의 옥상에 걸린 현수막..
마을을 지나는 개울가에 파헤쳐진 포크레인 흔적..
자연스럽던 물길은 반듯하게 시멘트로 발라 놓고..
웬지 정비된 느낌이 아니라 더욱 황폐해진 느낌..
오늘따라 내남자가 힘들어 한다.
자꾸 뒤쳐지는 내남자..
반면 나는 몸이 가벼워 줄곧 앞장서 가고..
자주 쉬어가자..하는 내남자..
확실히 평소 운동 하고 안하고는 산을 올라 보면..
담박에 표가 나는 듯 하다.
전에 내남자가 밤마다 호수공원이랑 정발산으로 운동 다닐 때는..
내가 내남자를 쫓아가지 못해 헉헉~~거렸었는데..
요즘..내남자는 운동이 뜸하고..나는 아침마다 요가를 하고..
그래서인지 서로의 상황이 뒤바뀌었다.
나는 몸이 가뿐하고 전혀 힘들지 않았다.
드디어 눈에 익은 가사당암문..
봄날이나 여름날엔 다녀갔었지만..가을날엔 처음이라..
낙엽쌓인 산길..
잎새를 떨군 앙상한 나목들 사이사이로 훤히 보이는 계곡과 산풍경..
오르는 길이 왠지 낯설었다.
원래가 길치인 나인지라..
몇 번을 오른 산길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올라야 했다.
저 가사당암문을 만나니 너무 반가운 맘..
산허리를 둘러 가사당암문까지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계곡을 따라 오르는 움푹한 길이라 바람도 잔잔해서 오르기 수월했다.
그러나 의상봉에서부터 하산하는 가파른 암벽길엔..
매서운 맞바람이 세차게 몰아쳐서..
사진은 고사하고 풍경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춥고 손도 시리고 숨이 찼다.
이런 날씨에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산 어딜 가나 보이는 돌탑..
요즘 내가 비는 소원은 아주 통속하고 현실적인 것들 뿐이다.
기도는 왠지..
그것이 이루어질 것만 같은 잠시의 안도와 희망을 준다.
그래서 돌탑은 자꾸 쌓여가는 것이고..
의상봉 아래로 내려오다 만난 바위 아래..
신기하게 바람이 멎은 곳..
햇살도 따스히 비추는 양지녘..
이곳에 앉아 준비해간 컵라면이랑 고구마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
믹스커피 한잔의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길 옆으로 119구조요원 둘이 올라가는 모습이 언뜻 보인다.
누가 다쳤나보다..별루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우리가 하산해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저멀리 의상봉 봉우리 위에 구조헬기가 떠있는 것이 보였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누가 얼마나 심하게 다쳤을까..
나는 걱정이 되고 괜히 마음이 심란했다.
수북하게 쌓인 갈빛 낙엽더미를 배경으로
유달리 고운 빨간 단풍잎..
그 아래 선..내남자..
그러고보니 참 많은 가을을 우리 함께 지나왔다.
오늘처럼 매서운 바람도 함께 맞으며..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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