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엘 갈까?"
애들 시험기간이니..빨리 다녀올 수 있는 짧은 코스를 찾아본다.
그래서 내남자가 제안한 산이..강화도의 고려산..
언젠가 수선화님이 진달래 필 무렵이면 장관이라 하던 말이 생각났다.
집에서도 가깝고 그리 높지 않아 빨리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딱이다.
"비가 올려나?"
"안 올 것 같아.."
♥
처음 와본 곳이라..조금 헤맸다.
여기는 고려산의 백련사..
이 곳에다 주차 해놓고 산행을 하기로 한다.
차에서 내리니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잠시 백련사 경내로 들어가 비의 조짐을 보고..
산행을 할지 안할지 결정하기로 하고..
후훗~~
내남자..비옷으로 아래 위 세트로 중무장을 했다.
그리 쏟아지는 비도 아닌데..윗 우의만 입어도 될텐데..
빗방울이 여전히 듣지만..
날이 예상외로 포근하기도 하고..
오랜만의 우중산행도 멋질 거 같아..
일단 산을 오르기로 한다.
◆ 고려산 오련지
산길을 가다 만난 오련지..경이롭다.
우물가에 채곡채곡 쌓여진 이끼 낀 돌들에서..
오랜 역사와 유구한 세월의 흔적..
옛 선인들의 지혜가 느껴진다.
이젠 포기했는지..
전엔 디카 들이대면 질색을 하더니..
이젠 모르는 척..
은근 카메라를 의식하는 듯도 하고..
비가 와서 그런지..인적이 거의 없다.
저 멀리로 보이는 전망대까지만 가보기로 한다.
여전히 비는 뿌리고 며칠 전에 수리한 디카에 물이 들어..
또 백화현상이 나타날까 조바심하면서도..그래도..
찍을 건 찍어야 한다.
모든 건 순간이고..
나중엔 기억에서 조차 사라지고 말지도 모를..
소중한 순간순간을..나는 포착하고 싶다.
내남자와 나말고..다른 한 남자..
그렇게 달랑 셋만 있는 비 내리는
고려산의 정점..
비 오고 바람도 불었지만..
참 좋다. 참 좋아..
고려산 정상에 위치한 군부대..
사진 촬영금지랬는데..
운무 자욱한 산은 더욱 멋스럽다.
또렷하고 선명한 것들 보다는 이런 모노톤의 우울한 빛감이 좋다.
산정에서 바라다 보는 산 아래 풍경이 절경이다.
온 산에 진달래 허드러지면 그야말로 감탄지경이겠다.
4월쯤..진달래 필적에 꼭 한 번은 다시 와야겠다.
커다란 소나무 아래..
바람이 잠잠한 곳에다 자리를 깐다.
우리 둘만의 산정만찬에 동참이라도 하려는 듯..
마침 비도 소강상태이다.
따스한 컵라면 국물과 식사 후의 커피 한 잔..
그리고 내남자가 준비해간 여벌의 내피를 걸치니..
오슬오슬 한기가 돌던 몸에..사르르~~온기가 흐른다.
그렇게 다시 백련사로 하산하니..
꽁지머리에 개량한복을 입은 남자와 함께 온 삽살개 한마리..
불륜처럼 보이는 남녀 한 쌍..
그리고 백련사 바로 아래에 위치한 찻집의 주인장인 듯한 여자분..
그리고 우리 둘..
서로 모른 척 무심하지만 서로 흘깃거린다는 걸..서로 알테지..
강화에 온 김에..저번에 인삼을 사간 기철이네로 가서..
아이들에게 다려 먹일 인삼뿌리를 사가기로 한다.
쏭이는 열이 많은 체질이라 그런지..
인삼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반면..
우나는 인삼이랑 꿀에 우유를 넣어 갈아주면
맛나다며 잘 먹는 편이다.
인생에 동행이 있다는 것..
삶에 동반자가 있다는 것..
비오는 날에도 함께 산을 오르는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것..
- 벗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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