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후 늦은 시간에..
문득 바다를 보러가자 한다.
아이들 어렸을적엔 해마다 오던 동해..
연인처럼..친구처럼..
모처럼 내남자랑 바닷가를 찾았다.
♥
일단은 우리가 하룻밤 유할 숙소를 정한다.
조금 허름한 듯 했지만..그래도..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다
간단한 여장을 푼다.
발코니에서 내려다 본 촉촉 비에 젖은 바닷가의 밤풍경..
문득 학원에서 열공하고 있을 우나 생각이 났다.
폭죽 터지는 바닷가의 이 멋진 밤풍경을 보여주고 싶어
영상통화를 걸었더니..
수업 중이라 곤란한지 나중에 다시 하잔다.
잠시 후 문자가 왔는데..
선생님이 2G로 발악을 하는구먼..
하고 웃음섞인 핀잔을 주더란다.
너나없이 스마트폰을 들고다니는 세상에
여직 꼬질한 핸폰을 들고 다니는 우나..
창피해 죽겠다면서도 친구들의 놀림을
애정어린 농담으로 받아넘길 줄 아는 우나..
저번에 스마트폰으로 바꿔줄랬더니
아무래도 공부에 방해될거 같다면서 스스로 보류할 줄도 아는
대견한 딸..
그래도 미련이 남앆던지..어젠 이러더라..
"엄마..다들 BMW 타고다니는데 나만 TICO 타는 기분 알아요?"
그참.. 비유를 해도..
가까운 횟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기로 한다.
뜨내기 손님들이 대부분인 바닷가라 그런지 ..
가격대비 너무나 허술하다.
빈 속에 온통 냉동시켰다 해동한 듯한
차가운 음식들과 소주 두어잔이 들어가니..
갑자기 배앓이와 구토증세가 생겨 금시라도 토할 듯..
속이 괴로울 지경이다.
얼른 바닷가로 나가 모래사장을 조금 걸으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거북한 속을 말끔히 씻어주기라도 한 듯..
신기하게도 부글거리던 속이 편안해졌다.
밤 깊은 시각..
처량한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낙산바닷가..
낭만에 찬 연인들 혹은 친구들끼리 모래사장에서
폭죽을 쏘아 올린다.
파도소리 철썩이는 바닷가의 까만 밤하늘에서
팡팡 터지는 폭죽의 향연..
그 너머로 보이는 희미한 푸른달빛..
그야말로 낭만 한가득이던 밤바다..
-벗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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