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지나다니는 울동네 호프집 앞길가에는
철마다 꽃으로 만발하다.
입구에 이 팻말이 세워져 있어 더욱 눈길이 가는 호프집..
가끔 분주히 일하는 이 집 여주인장을 훔쳐보며..
'참 꽃을 사랑하는 여인이구나..'
어떤 여인일까..궁금하여 한번쯤 말 걸어도 보고 싶었다.
이 호프집 앞을 지나칠 적이면 저 팻말의 표현처럼..
평화로운 미소를 짓게 되고 ..순간..
나는 꽃보다 아름다울일지도..
♥
그러고 보니..
산이나 시골엘 가야 흙을 밟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커다란 화분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 호프집..
비록 화분에 심은 꽃들이지만..
저 커다란 화분들에다 봄이면 봄꽃,.
여름이면 여름꽃..가을이면 또 가을꽃..
그렇게 철마다 꽃들이 만발하여..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환한 기쁨을 주는 꽃길이다.
여름비가 하염없이 내리던 어느날..
자정무렵 내남자랑 이 호프집 창가자리에서 한 잔 술을 마셨지..
눈물이 비처럼 내리던 하루..
내남자도 나도 아득하던 그 하루..
평일에도 이 호프집은 손님들로 늘 복작인다.
내가 본 중에 장사가 젤로 잘 되는 호프집인 듯..
가게 안은 물론 바깥 테이블에도 언제나
두 서너팀의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앞이 우나네 학교라..
야자감독하고 늦게 퇴근하다 들리신..
우나네학교 선생님들도 가끔 마딱뜨리곤 한다.
나는 늘 생각한다.
주인장의 마음이 저 꽃길처럼 어여뻐 장사도 잘되나 보다..라고..
요가수업 마치고
머루포도 한 박스 비닐봉투에 갈라담아 양손에 들고 지나는 길에..
문득..이 꽃들이 지기 전에..이 꽃길을 담아두고 싶어..
손에 들었던 머루포도는 보도블록 위에다 팽개치고..
디카를 똑딱인다.
자전거를 타고 가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문득 멈추어
나에게 말을 건다.
"꽃사진 찍으시나 봅니다."
"네에~꽃들이 이뻐서요."
"에구~고맙습니다..꽃을 이뻐해주셔서.."
"아? 이 꽃들을 가꾸신 분이세요?"
"네..이곳에다 꽃을 심은지 10년이 되었지요."
"이꽃저꽃 바꿔가며 마니 심었는데..올해는 백일홍을 심어보았답니다."
"아? 이 꽃이름이 백일홍이였군요."
"사람들이 이 꽃길을 보고 좋아해 주면 기분이 참 좋아서
십 년째 꽃길을 가꾸고 있지요."
이런저런 꽃이야기를 들려주시는 할아버지..
이쁘게 많이 찍고가라며..
다시 자전거를 타고 저만치로 멀어져 가신다.
나는 오래 저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런데 이 호프집이랑 저 할아버지는 무슨 관계가 있지???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