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어요.
가을햇살이 여전히 맑은 하루..
동네 골목길을 꼬불꼬불 걷는 재미에 요즘 함빡 빠졌어요.
골목길마다 이런저런 사람 사는 소박한 풍경들이 참 정겹거든요.
3단지 세탁소 앞을 지나는데..
쫄랑쫄랑거리는 요놈을 만났지 뭐예요?
이렇게 봐선 잘 모르겠지요?
요놈이 을매나 쪼만하고 귀여운지..
마침..세탁소집 부부내외가 햇살 좋은 가게 앞에 나와있더군요.
한가한 한낮에 가게 앞에 비추이는 햇살이 참 따스하게 느껴졌어요.
내가 쪼그리고 앉아 "이뿌다~~일루 와봐~~"부르니..
저리 꽁지를 빼고 주인여자의 치맛자락 속으로만 자꾸 파고드네요.
주인 여자가 돌려 세워..나에게로 보낼라 치면..
금새 획 돌아서서 다시 주인의 품으로만 파고드는..
아직 아가티를 벗지 못한 여리고 작디작은 놈..
이 집에 온지 겨우 열흘정도 되었다 하네요.
이름이 아마..또또..라고 했던 거 같아요.
"또또야~ 일루 와봐~~"
"아휴~이뻐라~~어쩜 요렇게 작고 이뿌니~~"
내 진심이 느껴졌을까요?
잠시 멈칫 하더니..
요것 봐요~~내게로 오고 있어요.
저 이뻐하는 내맘을 알기라도 했다는 듯..
내게로 와 발등에 부비부비를 다 해주더군요.
낯선 여자에 대한 경계심이 풀리자..
이리저리 뽈뽈~ 거리며 돌아 댕기기 시작합니다.
배를 만져 보니 뽈록 한 것이..
밥도 양껏 먹은 후인가 봅니다.
세탁소 아저씨가 문득..슬리퍼를 벗어 또또 옆에 놓아 두시며..
이렇게 한 번 찍어보세요.
인터넷 보니..이렇게 비교사진 올리고 하던걸요.
어찌..아셨을까요?
슬리퍼 옆에서 자꾸 도망치는 또또를 몇 번을 붙잡아 와서..
이렇게 모델이 되도록 도와주시네요..
아저씨..센스 만점..후훗~~
봐 봐요..정말 작지요?
3개월이나 되었다는데도 슬리퍼 보다 더 작고 앙증한 또또..
♡
문득..
하늘이랑 구름이 생각이 났어요.
저 또또만큼이나 작고 앙증했던..내게로 왔던 놈들..
다 자란 후에도 내 팔뚝만큼 밖에 되지 않았던
내가 너무 사랑했던 놈들..
지금은 하늘나라에 가 있는..
언제..우리 하늘이랑 구름이 얘기도 해드릴게요.
한쪽 다리가 짧게 태어나 짧게 살다 간..
바람이 얘기도..
고놈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이뻤었는지를..
고놈들을 내가 얼마나 사랑했었는지를..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