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사람을 만나고 온 하루..
술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고..
♥
퇴근하는 내남자의 전화..
중권씨네가 한 잔 하잔다며..준비 하란다.
애들이랑 저녁 거하게 먹고 널부러져 있다가..
부랴부랴 꽃단장을 한다.
내남자의 군대동기이고 대학친구이기도 한..중권씨..
우리의 풋풋한 스무살을 기억하고 있는 일인..
언젠가도 간 적이 있는 라페의 호프집..
젊은층 보다는 중년의 남녀들이 눈에 마니 뜨이는
그야말로 술집 다운 술집..
오랜만의 이 휘청거리는 분위기..괜찮다.
저만큼의 구석자리에서 우릴 반기는 중권씨네..
여전히 편안하고 넉넉해 보이는 웃음으로 활짝 우릴 반겨준다.
둘이 오붓이 한 잔 하다가..문득 우리 부부가 생각나더라며..
불현듯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어느 산행길에서 만난 서울여자에게 첫눈에 반해..
경상도 남자와 서울여자와의 러브스토리가 찬찬 엮어지고..
그렇게 부부로 참 살갑게 살아가는 중권씨네 부부..
우리 부부가 아무리 다정한 척을 해도..
이들 부부를 따라가기 힘이 들 것 같다.
중권씨도 중권씨지만 언니의 성정이 드물게 고웁고 착하다.
사업이야기며..아이들 교육 이야기며..
건강 이야기며..결코 빠질 수 없는 군대 이야기며..
서로를 진정으로 걱정해 주고 배려해 주는 마음이 느껴지는
행복한 나눔들..편안한 웃음들..소박한 애환들..
저번에 소주 몇 잔에 취한 후론..술맛을 알아..
이젠 가끔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싶단 충동이 생겨나곤 한다.
시원한 생맥을 홀짝홀짝 들이키니..
술이 마니 늘었다며 중권씨가 기뻐한다.
오랜만에 참 정겨운 사람들과 편한 눈빛 나누며 술잔을 기울인 시간들..
비 온 후..참 후덥하던 밤기운도
어느새 느낌 좋은 선선한 기운으로 바뀌고
시간은 자정으로 깊어간다.
따스한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밤길..
내가 먼저 내남자의 여윈 손을 살그머니 잡는다.
내 손을 꼬옥 쥐어주는 내남자..
빌라 입구에 들어서니 더욱 초롱해진 밤별..
행복하다..
저렇게 초롱한 밤별을 볼 수있는 하늘 아래
당신과 내가 살고 있으니..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