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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사는 이야기

고추방아

by 벗 님 2011.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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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늦은 오후에..

우리동네에 있는 방앗간에 갔다.

몇날며칠 벼르던 참기름 짜러..

저번엔 고추 빻으러 가고..

 

시골에서 어머님이 고추랑 깨를 보내주시니..

이렇게 방앗간에도 가본다.

 

 

 

 

 

 

 

 

 

쫌 기다려야 하니..

본인이 직접 볶은 거라며..땅콩 까먹으며 기다리란다.

 

"아저씨..커피 한 잔 마실 수 있어요?"

"아? 물론이죠."

"이왕이면 맛있는 걸루 드세요."

 

접대용이 아닌 혼자 먹는 거라며..

처음 보는 하얀 스틱 하나를 내어주신다.

향도 맛도 괜찮다.

 

땅콩이랑 커피랑 음악이랑 나랑..

참기름을 기다린다.

 

 

 

 

 

 

 

 

 

 

방앗간 안이 갑갑하여 밖의 평상에 앉아..

거리풍경이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무심한 듯 바라본다.

마침 참외 파는 아저씨의 트럭이 지나간다.

손을 들어 신호를 하니 멈추어 서는 아저씨..

보면..이렇게 트럭으로 장사하는 아저씨들은 다 선해보이신다.

 

올해 여름과일들은 어찌나 비싼지..

그래도 이런 트럭장사는 덤이란 것도 있고..

두 봉지 사면 깎아주는 정도 있어 좋다.

 

맛보라며..참외 하나를 얼른 깎아주신다.

참 달다.

두 봉다리를 샀다.

 

참기름 짜던 방앗간 아저씨가 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신다.

참외장수 왔으니..얼른 나오라고..

 

 

 

 

 

 

 

 

 

 

 

 

 

한쪽 발에 깁스를 한 좀 세련되어 보이는 여인이

절뚝거리며 백설기를 사러 왔다.

지갑을 꺼내려고 핸드백을 여는 순간..

 

여인의 짧은 비명..

그리고 작은 핸드백 속에서 나온 냐옹이..

을매나 쪼만한지..과장해서 저 070 폰만한..

애완용인가 본데..핸드백 속에다 응가를 했단다.

딴에는 고 작고 갑갑한 핸드백 속에서 을매나 참았을까..

 

 

죄인인 양..주인 눈치 보며 다소곳이 웅크리고 있는 냐옹이..

 

훗~~귀엽다.

 

 

 

 

 

 

 

 

 

꼬소한 참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렇게 직접 짠 참기름은 정말정말 꼬소하다.

 

어머님이 참기름 짤 땐..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랬는데..

그냥..아저씨를 믿기로 하고 쇼파에 앉아 신문을 뒤적인다.

 

 두 살된 딸을 살해한 파티맘에 대한 무죄판결..

해병대 총기난사사건 등등..

 

뉴스나 신문의 사회난을 보면 괜히 가슴이 서늘해지곤 한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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