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7월 3일 . 오늘도 여전히 흐림.
난 왜 이리 흐린 날이 좋을까..
태양이 문살을 부시면 이 빛을 차단해버리고 싶어진다.
아주 어릴적부터 난 방문을 꼭꼭 닫고 혼자 있길 좋아했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외로왔고 ..난 차라리 그 외로움이 좋았었다.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김정훈의 수필을 읽었다.
3일째 방안에서 혼자 상상하고 책과 시름하고 ..음악을 들으며 ..
이렇게 완전한 혼자인데도 삶을 찬미하고 있으며 ..그다지 외롭지도 않다.
그와의 만남을 어떻게 해야하나..문득문득 생각하지만
전처럼..여태껏 지내온 것처럼..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친구처럼..
왠지 허전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동안 그가 나를 대할 때의 행동 ..
그동안 있었던 일들은 결코 단순한 것들은 아니였는데..
그래서 두려웠고 ..우린 친구라고,,몇 번을 강조했었는데..
이제 막상 친구..라고 결론짓고 보니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
그리고 한편으론 두려움도 가시고 ..어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영원한 친구..
내가 그런 친구로서의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간 티없이 즐거웠고 ..때론 행복했던 순간들..
그 일들을 따지고 분석하면 조금 서러워오지만..
이제금.. 우정..이라 단락지으니 모든 걸 잊고 싶고..잊기로 했다.
그냥..한 때 난 행복했고 외롭지 않았다고..상기할 뿐이다.
아르바이트..
엄마,아빠께서 고생하시는 걸 생각하면 ..
오늘 하루동안 방안에서 책만 읽고 있었던 내가 죄스럽다.
축산과 경보아지야가 포장마차 얘길 꺼냈는데..한 번 도전해 보고싶다.
고생이 되더라도 내 몸이 지치도록 무얼 하고 싶다.
공부..독서..사색..친구들에 관한 일들..편지.. 일기..음악..그리고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
외롭고 슬프고 고독하더라도 사랑하면서 살아야지..
그래..
나는 사랑해야 한다.
되도록 많은 것들을..
오는 느낌 그대로를 받아 들이자.
가식이고 허구라고 느끼지도 말자.
모든 게 진실이였다고 믿어야한다.
그리고 내 앞에 닥친 현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자.
따지고 분석하면 머리만 복잡하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진짜 진실이 도망을 가버린다.
< 스무살의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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