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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벗님에게 띄운 글-편지-

by 벗 님 2011.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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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엔..청춘이 그렇게 가는 건 줄 몰랐습니다.

 

 

 

 

 

86년 7월 2일. 벗님에게 띄운 글..

 

 

 

 

 

 

 

 

 

 

벗님아..

 

참 정겨운 이름이다.

불러보고 싶었다.

며칠째 날이 흐리기만 하다.

그러나 차라리 이런 날이 난 좋단다.

날 우울하게 하지만 지난날처럼 그렇게 철저하게 외롭지 않기때문인 듯 하다.

 

울산에 있다가 7월 1일 이곳으로 왔다.

이젠 이곳이 부쩍 정이 들어버렸다.

울산은 왠지 떠나고싶어지는 곳이다.

울산에 있을동안 널 꼭 만나고싶었다.

그러나 벗님아 ..난 또 머뭇거리고 만다.

 

 

이틀은 방안에서 나의 이성과 시름하고..또..

이틀은 무작정 초록이 넘실대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끊임없이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고뇌했다.

날 울리는 현실이지만..때론 미워지기도 하지만..

사랑하라고..이해하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내마음은 말할 수 없이 괴로와했다.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좀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만 있다면..

 

엊저녁엔 ..새벽 3시까지 내 지나온 흔적이 그나마 남아있는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외로움과 눈물로 얼룩진 일기장이지만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렴풋이 내 풋내기 소녀의 첫사랑이 <너>였다고 ..

이제금 다시 느끼게 되었다.

벗님아..넌 또 <아니>라고 부정할지 모르겠구나..

그러나 난 너와의 추억..우정을 <나의 첫사랑>이였다고 이름하고 싶다.

친구간의 사랑이였다 해도 ..높고 귀했으니까..

 

 

 

 

 

 

 

 

 

 

 

 

 

그는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한 통의 편질 띄워보냈다.

여섯장이나 되는 긴 글을 읽으면서 ..

"나는 철저하게 외로워야 한다.그리고 고독해야 한다."자학하는 그..

첫사랑의 실패..재수..

헛되이 보내버린 청춘을 보상받는 길은 오로지 高試合格..

여기다 청춘과 젊음을 모두 투자하겠다는 결의..

그리고 <다시는 사랑은 하지않겠다>는 맹세..

 

 

벗님아..

 

이런 그에게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간의 우리 둘의 만남..

캠퍼스 잔디에서 별을 보며 나누던 대화..

난 그게 사랑일지 모른다고 느꼈었는데..

나와의 만남이 부담스럽고 죄스럽다던 그..

일부러 나를 피하려고 했지만 잘 안되더란다.

그리고 첫사랑을 내게 고백했었다.

그건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얘기였다.

난 이해한다고 말했고..우리 둘은 영원한 친구로 남기로 했다.

 

 

벗님아..

 

차라리 마음이 평온한 건 왜일까..

정말 두려웠다.

네게도 말하지 못할만큼..내게로 다가온 남자..

그건 아픔이였고 때론 나를 슬프게 했다.

그러나 이젠..그 모든 걸 우정이라 이름하고 ..

그냥 아름답고 행복했던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6일..그가 돌아오면 ..처음처럼 친구로 대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래 그건 사랑이 아니였던 게 분명해..

내가 우긴 것 처럼..우린 친구였어.

 

 

벗님아..

 

요즘은 책속에 묻혀서 삶의 의미를 미약하나마 터득하고 있고..

책에 몰두하다보면 뿌듯함과 텅빈 구석이 채워진 듯한 만족을 느낀단다.

 

 

그러나 벗님아..

 

그는 왜 그렇게 철저하게 고독하고 자학하면서까지 살고자하는 걸까..

철저한 외롬과 고독이 얼마나 지독한지 난 어렴풋이 겪어보았지만..

언제나 밝은 생을 갈망했는데..

그는 왜..

 

 

이만 쓸게..건강해..

 

 

 

 

- 숙 -

 

 

 

 

 

 

- 스무살의 일기 中 -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