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년 7월 2일. 벗님에게 띄운 글..
벗님아..
참 정겨운 이름이다.
불러보고 싶었다.
며칠째 날이 흐리기만 하다.
그러나 차라리 이런 날이 난 좋단다.
날 우울하게 하지만 지난날처럼 그렇게 철저하게 외롭지 않기때문인 듯 하다.
울산에 있다가 7월 1일 이곳으로 왔다.
이젠 이곳이 부쩍 정이 들어버렸다.
울산은 왠지 떠나고싶어지는 곳이다.
울산에 있을동안 널 꼭 만나고싶었다.
그러나 벗님아 ..난 또 머뭇거리고 만다.
이틀은 방안에서 나의 이성과 시름하고..또..
이틀은 무작정 초록이 넘실대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끊임없이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고뇌했다.
날 울리는 현실이지만..때론 미워지기도 하지만..
사랑하라고..이해하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내마음은 말할 수 없이 괴로와했다.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좀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만 있다면..
엊저녁엔 ..새벽 3시까지 내 지나온 흔적이 그나마 남아있는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외로움과 눈물로 얼룩진 일기장이지만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렴풋이 내 풋내기 소녀의 첫사랑이 <너>였다고 ..
이제금 다시 느끼게 되었다.
벗님아..넌 또 <아니>라고 부정할지 모르겠구나..
그러나 난 너와의 추억..우정을 <나의 첫사랑>이였다고 이름하고 싶다.
친구간의 사랑이였다 해도 ..높고 귀했으니까..
그는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한 통의 편질 띄워보냈다.
여섯장이나 되는 긴 글을 읽으면서 ..
"나는 철저하게 외로워야 한다.그리고 고독해야 한다."자학하는 그..
첫사랑의 실패..재수..
헛되이 보내버린 청춘을 보상받는 길은 오로지 高試合格..
여기다 청춘과 젊음을 모두 투자하겠다는 결의..
그리고 <다시는 사랑은 하지않겠다>는 맹세..
벗님아..
이런 그에게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간의 우리 둘의 만남..
캠퍼스 잔디에서 별을 보며 나누던 대화..
난 그게 사랑일지 모른다고 느꼈었는데..
나와의 만남이 부담스럽고 죄스럽다던 그..
일부러 나를 피하려고 했지만 잘 안되더란다.
그리고 첫사랑을 내게 고백했었다.
그건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얘기였다.
난 이해한다고 말했고..우리 둘은 영원한 친구로 남기로 했다.
벗님아..
차라리 마음이 평온한 건 왜일까..
정말 두려웠다.
네게도 말하지 못할만큼..내게로 다가온 남자..
그건 아픔이였고 때론 나를 슬프게 했다.
그러나 이젠..그 모든 걸 우정이라 이름하고 ..
그냥 아름답고 행복했던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6일..그가 돌아오면 ..처음처럼 친구로 대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래 그건 사랑이 아니였던 게 분명해..
내가 우긴 것 처럼..우린 친구였어.
벗님아..
요즘은 책속에 묻혀서 삶의 의미를 미약하나마 터득하고 있고..
책에 몰두하다보면 뿌듯함과 텅빈 구석이 채워진 듯한 만족을 느낀단다.
그러나 벗님아..
그는 왜 그렇게 철저하게 고독하고 자학하면서까지 살고자하는 걸까..
철저한 외롬과 고독이 얼마나 지독한지 난 어렴풋이 겪어보았지만..
언제나 밝은 생을 갈망했는데..
그는 왜..
이만 쓸게..건강해..
- 숙 -
- 스무살의 일기 中 -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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