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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나의 이야기

나의 해바라기

by 벗 님 201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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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가 된 시골집..

 

떠난 집주인이 작년에 심어두었다는

 

햇살에 부신 노란 해바라기..

 

삐죽 고개 내밀어 인사한다.

 

짜슥..을매나 사람이 반가웠으면..

 

 

 

 

 

 

 

 

 

 

내 유년의 해바라기는

여섯 살 적에 떠나온 고향마을과 소꿉동무였던 부남이였습니다.

 

사립문 입구에 키 작은 감나무가 있고

오른쪽에 엄마가 개떡을 해주시곤 하던 가마솥이 두 개 있고..

왼쪽엔 부남이랑 내가 장남감처럼 잡아서 놀던 닭장이 있고..

맞은 편엔 아빠가 앉아계시곤 하던 햇살 반짝이는 툇마루가 있는..

내고향 우리집 마당풍경..

집 바로 앞을 흐르는 개울가에서

부남이랑 돌멩이를 찧고 까불어 소꿉놀이 하던 기억

 

고향집 ..고향마을..소꿉친구 부남이가 내 그리움이였고 ..

여남은살 계집아이가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보던 해바라기였지요.

 

 

그리고..울이모..

내 유년의 기억 속에..

나를 가장 이뻐해주고 나를 가장 사랑해준 한 사람..

서울로 돈 벌러간 이모얼굴 잊어버릴까..

눈을 감고 얼마나 그렸는지요.

매일매일 이모가 오는 꿈같은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지요.

 

 

 

 

 

 

 

 

 

내 소녀적 해바라기는 ..당연..벗님이였지요.

 

처음엔 몰랐더랍니다.

그 애가 나를 항상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그냥 수업 중이거나 쉬는 시간이거나 무심히 고개 돌리면..

언제나 마주치던 눈빛..그 아이..벗님..

언제나 그렇게 나를 바라봐 주었었지요.

 

사춘기 열병을 몹시도 앓던 나는..

교실 창 밖의 공허..그 아래 하늘을 응시하며..

곧잘 홀로 눈물짓곤 하였지요.

그런 날이면 내 가방 속엔

벗님의 쪽지가 몰래 숨어 들어있었어요.

 

 

 

울지마..아이들 앞에 눈물 짓는 모습은 보이지마..

 

울더라도 혼자서 울어..

 

그리고 되도록 웃을려고 해..

 

웃음만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어.

 

웃어..넌 웃어야 가장 너다워..

 

하느님은 네게 흑보석같은 아름다운 두 눈을 주셨어.

 

그 눈은 웃을 때가 가장 눈부시고 아름다워.."

 

 

벗님..

어찌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지요.

어찌 이 아이를 잊어버릴 수가 있겠는지요..

 

그렇게 내 소녀시절을 건너

스무살의 강가에서 바라보던 해바라기는 그아이..

벗님이였지요.

 

 

 

 

 

 

 

 

 

 

 

스무살에 내남자를 만났어요.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한 환희..

그렇게 비어 허전한 내 반쪽 가슴이 가득 채워져..

나는 더 이상 외롭지 ..

더 이상 울지도 않을 것만 같았어요.

 

철없는 아이마냥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

사랑..이 드디어 내게도 찾아왔던 게지요.

 

그러나..사랑이 어찌 그렇기만 하던가요..

돌아보면 가슴 찟기는 아픔이였고 ..

고통이였고..번민의 나날이였던..

그래도 사랑이였어요.

아니라고..아니라고..이런 게 사랑일 수는 없다고..

밤이면 설운 가슴 움켜쥐고 일기장에다

얼마나 외쳐대었을까요.

 

그러나..사랑이였어요. 결국은..

그래서..그토록 아팠던 게지요.

 

그렇게 스무살 내  청춘의 해바라기는 내남자였어요.

 

 

 

 

 

 

 

 

 

 

목숨같은 두 아이가 생겼지요.

나보다 더 소중한 나의 분신..우나랑 쏭이..

 

서른..그 푸릇한 나이의 막바지까지 아이들에게 올인한 세월이였지요.

어느날 문득 허무라는 회색빛 우울이

마흔이라는 불혹의 문틈으로 찾아오기 전 까진요.

 

그래도 이 세상..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두 딸이지요.

어느 어미라도 그러하듯이..

딸들을 위해서라면..까짓 목숨인들 아까울려고요.

 

나는 지금 ..나의 딸들을 위해 살려합니다.

나 하나의 이기적인 삶은 나중에 생각하려 합니다.

우리 우나가 그러더군요.

한창 사춘기로 까칠해진 쏭이가 나에게 함부로 대하니..

아무리 동생이라도 내 엄마에게 함부로 하는 건 못참겠다며..

울먹이더군요.

아..나는 눈물이 나도 행복했습니다.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도 나의 영원한 해바리기는

사랑하는 딸들일 겁니다.

 

 

 

 

 

 

 

 

 

한 남자의 아내로..두 딸을 가진 엄마로..

 

불혹의 중반을 살고 있는 나란 여자..

 

이 블로그 세상에서 살고 있는 벗님이란 여자..

 

춤추는 거랑 블로그에 하루 하나 글을 끄적이는 거랑..

 

딸아이들이랑 토닥거리는 거 빼곤..

 

참 가진 거도..해놓은 거도 없는 초라한 여자..

 

그래서 자기연민에 빠져..

 

스스로 불쌍해서 자주 눈물짓는 한심한 여자..

 

망상에만 빠져 현실은 외면한 채로 허우적대면 살아온 바보같은 여자..

 

그저 꿈이라곤 노천명의 이름없는 여인처럼

 

밤이면 별을 실컷 안고 살고팠던 여자..

 

이제는 도무지 머언 얘기만 같았던.. 황혼..

 

그 너머의 세상..죽음..도 생각해 보는 여자..

 

그리 열심히도 치열하지도 않았던

 

내 삶에게.. 내 사랑에게.. 무척 미안한 여자..

 

미안해 미칠것만 같은 여자..

 

그 여자가 마흔 다섯에 바라보는 해바라기는

 

바로....자신이랍니다.

 

 

 

 

 

 

 

 

 

 

 

 

 

 

 

 

 

등굽은 황혼에 나의 해바라기는 누가 될까요..

 

 

이 생명 다하고 나면 내 겁많은 영혼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어느 무덤가에 흩뿌려져야 내가 죽어 쓸쓸치 않으려나요..

 

 

내가 끝끝내 바라볼 해바라기는 결국 누구일까요..

 

 

 

 

 

 

 

 

 

 

 

 

 

 

 

태어나 살면서 내가 태양처럼 바라본 해바라기는 ..

 

울엄마였습니다..

 

 

 

 

 

 

- 벗 님 -

 

아름다운 벗님의 해바라기들
어는 것 하나
소중하고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있겠는지요

앞으로도
소중한 해바라기로 보듬고 간직하며 살아가세요

연일 계속되는 무시무시한 폭염
건강관리 잘 하시구요~~^*^
해바라기같은 벗님
지난 주보다 더위가 많이 수그러 들었지요?
강가를 달릴 때 불길처럼 불어오던 바람이
오늘은 그냥 뜨겁지도 시원하지도 않게 덤덤했어요.

벗님의 삶은 예쁩니다.
조그많고 아기자기하고 반짝반짝한.

자책하지 말아요 삶이 예쁜 벗님.
어머니 참 고맙고 감사 한 분, 그 분이 해바라기보다 더 곱고
영원한 우리의 우상이지요.

저의 어머님처럼
벗님의 어머니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벗님의 눈이 흑보석 같다고
다른 벗님의 글을 빌어 고백하셨군요.
아, 너무 뜨거워요.
블로그 나들이조차 쉽지 않은 폭염입니다.
그래도 저기 고향집 뒷마당은 그래도 좀 시원하겠어요.
아름다운 사연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가장 아름다운 해바라기 같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치만.. 세월이 조금씩 흐르면서 생각도 바뀌는것같아요~
이젠.. 날 위해.. 조금씩 시간도 투자하고..
좀 더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겠다는...ㅎ
이 무더운 여름..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음있는 시간이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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