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귀경길..
고속도로는 별다른 막힘이 없었다.
후덥한 날이 괜한 짜증을 유발하는 날이지만..
유재석이 좋으니 싫으니..우나랑 옥신각신하다가..
내남자가 치악휴게소에서 한 번 버럭~한 거 말고는 순조롭고 평온한 항해였다.
집으로 돌아와 여장을 풀자마자..
쏭이는 오매불망 그리던 친구놈?을 만나러 나갔다 들어오고..
피곤하다는 쏭이는 빼고..
내남자랑 나랑 우나랑..심야영화를 보러가기로 한다.
라페스타관은 예약으로 이미 좌석이 꽉 차 있고..
CGV에도 그나마 자정을 넘긴 시간만 남아있다.
안 본 영화가 거의 없는 우나가..이제껏 본 중에 으뜸이라고 강추하는 ..
세얼간이들..이 무지 보고 싶었지만..우나가 이미 봤으므로..
권상우 주연의 통증..을 보기로 한다.
♥
정반대의 상처를 안고있는 두 남녀의 강렬한 사랑!
He said
어린 시절 자동차 사고로 가족을 잃은 죄책감과 그 사고로 인한 후천적인 후유증으로
통증을 느낄 수 없게 된 남자, 남순.
고통을 느낄 수 없는 탓에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이상한 여자를 만났다.
이 여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깡이 보통이 아니다.
난생 처음 가슴에 뻐근한 통증을 느낀 남순은
그녀가 더 이상 지치지 않도록 편히 기댈 곳이 되어주고 싶다.
그리고 이제, 남들처럼 살고 싶어졌다.
She said
태어날 때부터 유전으로 인해 작은 통증조차 치명적인 여자, 동현.
늘 고통에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이상한 남자를 만났다.
이 남자, 어디서 그렇게 다치고 오는 지 상처투성이면서 아픔은 못 느낀 댄다.
행복했던 순간, 따뜻했던 느낌.. 모든 순간을 통증으로 기억하는 동현은
그에게 행복한 추억과 설레는 마음의 알싸한 통증까지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제, 그와 함께 살고 싶어졌다.
We say…
“우리 집에 방 있어”
“나…태권도 2단이야”
우여곡절 실랑이 끝에 함께 살게 된, 성격도 세상을 보는 방식도 정 반대인 남순과 동현.
서울 바닥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던 남순과 동현은
난생 처음 서로에게 기대어 행복을 느끼는데…
◇ 에필로그
언제나처럼 반은 눈감고..
두어번 귀막고..
다행히 졸지는 않고..
영화를 보며 슬쩍 우나를 곁눈질하니..
나처럼 폭력장면에서는 고개를 푹 떨구곤 한다.
"아~이런 영화 시른데~~"
"엄마도 그래.."
권상우의 표정 연기만이 오래 남는다.
스토리라는 것이 중간 넘어서면서부터는
복선이 깔린 탓일까..
예측이 가능한 것이라..그리 흥미롭진 않았다.
그래도 마음으로 줄곧 해피앤딩을 빌었다.
내 예측을 깨고
동현과 남순이 딸기농사를 지으며 행복한 목가적인 생활을 하는 앤딩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바랬다.
처절하고 극단적인 앤딩만이 영화스러운 것일까..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이 영화를 만류하고 싶다.
♡
어둠만이 깊어가는 새벽..
내남자와 딸과 함께 심야영화를 한편 보고 왔다.
영화는 암울하고 처절하고 비극적이였지만..
평화로운 하루를 살았음에..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별들도 제 명이 다하면 부서지고 흩어지고 명멸하는 것을..
이 하찮은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한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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