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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문화 이야기

낭독으로의 초대-이영주시인

by 벗 님 2011. 8. 25.

 

 

 

 

 

 

내남자의 전화..

 

"드라이버 할까?"

 

"나 7시에 시낭독회 가야하는데.."

 

"그 전에 올 수 있어."

 

언제나처럼 자유로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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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무심했더랬는데..

계절 탓인가..

일부러 일정을 체크해서 시낭독회엘 왔다.

언제나처럼 김소연시인이 사회를 보구..

 

오늘의 시인은 이영주 시인..

사실 나는 그녀의 시를 처음 접한다.

 

 

 

 

 

 

 

 

 

시를 설명하고..시를 낭독하고..

시를 낭독하고..시의 배경을 설명하고..

 

중년의 여인이 질문을 한다.

시라는 것이 읽고 가슴에 와닿아야 하는데..

시인의 시는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워 읽으면서 분석을 하게 된다고..

 

시인은 가슴에 바로 와닿는 시를 ..

행선지만 말하면 바로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택시에 비유한다.

흐음~~

 

또 ..한 남학생이 질문을 한다.

시를 쓸 때 풍경이 먼저인지..감성이 먼저인지..

이 학생도 시인지망생이란다.

 

어느 젊은 여자가 질문을 한다.

어떤 계기로 시를 발표하게 되고 시인이 되었느냐고..

본인도 습작을 하고는 있지만..

감히 부끄러워 세상에 내놓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그녀는 중년의 여자와는 다르게..

시인의 시가 마음에 참 와닿는다고..

시마다 마음에 남는 귀절들이 있다고..

그녀의 시를 다 읽고나면

한폭의 추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낌이라고..

 

추상화..

참 적절한 표현이다.

행간행간은 하나의 그림이 되는 듯 한데..

읽고 나면 다 흩어져서 한 폭의 추상화가 되는 느낌..

 

시인마다 글향이 다 다르듯..

시를 읽는 독자들도 시에 대한 취향이라는 게 있기마련..

 

세대 공감일까..

나는 중년여인의 느낌에 동감 한 표를 보냈다.

 

 

 

 

 

 

 

 

간담회처럼 둥근 테이블을 배치해놓으니..

낭독회분위기가 더욱 편안하고 푸근하다.

내 왼쪽에는 시인 지망생이라는 예고생이..

오른쪽에는 지천명은 족히 넘겼을법한 중년의 남자분이 앉았는데..

 

둘 다..열심히 수업 받는 학생처럼 시인이 시에 대한 배경설명을 할 때마다..

마치 국어시간에 밑줄을 그어 선생님의 설명을 받아쓰듯이

시의 여백에다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다.

 

 

 

 

 

 

 

 

 

시인의 절친이고..시를 너무나 사랑하는 현직 아나운서라는 남자분..

이름은 까먹었고 무슨 클래식음악 라디오프로그램 디제이를 한대나??

 

여튼 시인의 시 한 편을 낭독하는데..

역시..아나운서라 시를 낭독하는 음성이 근사해서

시맛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시 낭독회가 끝나고 다섯 명을 추첨해서 시집을 준다길래..

은근 기다렸지만..행운은 다른 이들에게로..

다 끝났다는 문자를 내남자에게 날리니

아까 내려준 장소에서 10분만 기다리랜다.

 

 

 

 

 

 

 

 

 

 

 

 

밖으로 나와보니..밤공기가 느낌좋게 선선하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라페쪽의 휘황한 네온들의 현란한 빛사위..

 

왜 차츰 사는 일에 자신이 없어지는 걸까..

 

살아온 날 중에 가장 가라앉는 날들이다.

 

 

 

 

 

헬맷없이 도로 위를 곡예하듯이 달리는 두 대의 바이크족들..

아찔하다..

 

우나친구 녀석들 두 놈이 몇 해 전에 바이크사고로 그렇게 허무히 갔는데..

저 철없는 아이들을 어쩔꺼나..

 

 

태어나자마자 희귀병으로 사투를 벌이는 아기..

태어나서 한 번도  만져볼 수조차 없었던 아기..

 

아기엄마는 그 아기를 집으로 데려올 결심을 하며..

 

사는 날 동안만이라도 엄마의 손길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엄마품에서 하늘나라에 가게 해주고 싶다고..

 

 

 

 

 

 

이영주 시인의 싯귀 중에..이런 말이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린 저무는 사람들..

 

 

 

그래..

 

더 이상의 가라앉음은

 

소중한 내 삶에 대한 배반이다.

 

 

살자..

 

사는 거처럼..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