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잠옷차림이다.쪼매 귀여븐..
베란다 창가의 노트북 앞에 편한 자세로 앉아 토닥토닥..
문득 맞은 편 빌라에서
누가 훔쳐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퍼뜩..
이뿌게 고쳐 앉는다.
어니언 베이글이랑 커피 한 잔 마시고..
아람누리도서관에나 가볼까?
오후엔..
입시설명회도 가야하고..
쏭이 치과도 가야하고..
서점 가서 방학 중 공부할 교재도 구입해야하고..
여전히 비 내려서..난 좋다.
알맞은 수분..이 촉촉한 느낌이..
1986년 3월 8일
어제까지는 철이 없었나 봅니다.
그렇다고 이제금 철이 든 것도 아니지요.
그냥 오늘 갑자기 떠오른 한가닥 불안 때문이지요.
삶이 무엇인지..
우리네 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난 아직 너무 어린가 봅니다.
지금 눈물이 흐를 것만 같지만 울진 않을래요.
흐르는 눈물은 뜨거우니까요.
애써 매어놓은 연약한 내 이성이 눈물로 녹아들면..난 ..
너무나 서러워질테니까요.
서러움이 이제는 두려워 옵니다.
그러나 삶은 조화롭고..때때로..
서러움을 달래주는 기쁨 환희가 있기에..
아~~그러나 왠지 오늘밤은 내눈에 이슬이 하염없이 고이고
이 마음..
이상한 허상감에 꽉 눌린 듯한 이 답답한 나의 가슴이 ..
애절히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삶이 나를 무시하고 냉정히 돌아섭니다.
이렇게 미어지는 가슴은 어찌하여야 할런지요?
도대체 어떡하면 좋다는 말인지요?
그래도..오늘은..
내 생애에 있어 가장 기쁜 날 중의 하나랍니다.
아시는가요? 나의 이성..
내 생각을 하며..
나를 찾아 헤매이고..
나를 보고 그토록 기뻐하는..
한 사람..
아~~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오늘 마주친 그 어떤 사람보다..
난..
행복했었으니까요.
모두들 날 부러워 하는 듯..
질투하는 하늘이 괜히 흐려집니다.
- 스무살의 노트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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