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 새벽 1시 50분..
내남자 코고는 소리 드르렁..밖의 빗소리만큼이나 요란하다.
지금 시험공부 중인 우나랑 쏭이..그리고 나..
이 깊은 시각에 깨어 있다.
중학교 올라 첫시험을 까무러치게 망쳤던 쏭이..
나만큼이나 저도 충격이였든지..이 시간까지 열공 중이다.
깨알같이 정리된 노트를 보여주며..내일 아침 일찍 가서 다시 볼거란다.
그 말이 기뻐..내가 웃는다.
그렇게 차근차근 ..한 발 한 발 걸어나가길 바라며..
야행성인 우나..
낮잠 살풋 자고 늘 새벽에 늦도록 공부를 하는 우나..
출출하다며 김치부침개를 해달란다.
뭔들 못해줄까..
나는 새벽 1시 반에 공부하는 딸아이를 위해 김치부침개를 뒤집는다.
고소한 기름냄새가 진동을 한다.
쏭이에게도 반쪽을 가져다 주니..살찌는데..하면서도..
"엄마, 더 없어요? "이런다.ㅎ~
"응..금방 하나 더 부쳐줄게."
낮엔 마음이 참 그랬는데..
지금 열려진 베란다 창을 통해 빗소리는 요란하고..
내 마음엔 간만의 고요와 평화가 흐른다.
비가 내린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비피해 소식들에겐 미안한 맘이지만..
나는 비가 내리니 좋다.
지금 처럼 퍼붓듯이 쏟아내리면 후련해져서 더욱 좋다.
그래도 마음 한 켠..
비 때문에 마음 졸일 사람들에겐 미안도 하다.
늦은 저녁..
공부하는 우나랑 쏭이 간식 챙겨주고..
마음이 갑갑하여 우산을 챙겨들고 목적없이 집을 나섰다.
마침 빌라 입구에 들어서는 내남자 차가 보인다.
그냥 모르는 척..나는 나의 저녁산책을 감행하기로 한다,
비 내리고 캄캄한 이 밤에..
마땅히 걸을만한 곳이 생각나지않는다.
기찻길옆 산책로도..정발산도..
이런 날..이런 시간엔 내키지 않는다.
예쁜 집들이 모여있는 전원주택지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전직 대통령도 살았다는..연예인 누구누구도 산다는..
우나는 일부러 그 쪽은 피해서 다닌단다.
괜한 자격지심 같은 게 생긴다며..
나는 일부러..그 동네를 한 바퀴 돌곤 한다.
집이나 정원이 집주인의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참 이쁘게 꾸며진 집들..
새콤인가..경비차가 두어대 동네를 배회하고 있다.
빨간 잠바에 빨간 체크무늬 우산을 쓴 여자가..
비마저 내리는 다 늦은 밤시간에 유유히 거니는 모습이 좀 미심쩍었나..
내 앞을 더 천천히 지나쳐가는 새콤차..
부자동네를 쓸쓸한 마음으로 돌고 있노라니..
문득 예천 촌놈..부기생각이 난다.
스무살 무렵에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놈..전국 웅변대회에서 1등을 했다던..그래서 대통령상인가..장관상인가를 받았다..하던 부기..집안이 가난하여 대학진학은 하지못하고..웅변대회에서 받은 트로피와 깃발만 달랑 들고..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던..
집도 절도 인연붙이도 하나 없는 서울 땅에서..잘 곳이 없어..남산이라던가? 거기에서 밤 야경을 바라보면서..저렇게 많은 불빛들 중에 내가 잠 잘 곳 하나 없다는 생각에..그 밤..열 아홉 청년의 가슴엔 쓰리고 쓰린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던..부기..
나는 부자동네를 돌면서..내내 그 가난하던 열아홉살의 부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잘 살고 있을테지..지금은..웅변학원을 하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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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데 우나가 옆에 와선..
" 엄마..빗소리 참 좋죠?"
"엥? 너도 비 오는 거 좋아했어?"
"참..비 안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
빗소리가 참 요란하다.
딸들의 방엔 아직 불이 켜져 있다.
시간을 보니..02시 26분..
내일 시험 볼 때..멍해지면 안 되니..그만 자라고 쏭이를 타이르니..
괜찮다고..2시간정도만 자면 된단다.
12시를 넘기기도 힘들어하던 잠꾸러기 쏭이가..웬일로..
기특하고 내심 뿌듯하다.
내가 맨날..
엄마는 시험기간엔 2박 3일 날밤 새우고도 끄덕 없었단다.
다 정신력 문제야..
이렇게 살짝 뻥을 쳤더니..그 말이 씨가 먹혔나..
어쨌거나..시험공부하는 딸들 곁을 지키며..
빗소리 음악소리처럼 감겨드는 잠 안오는 이 새벽..
내 마음에도 행복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 벗 님 -
고운 삶을 엮어가신 모습...
늘~ 느끼는바...
알콩 달콩...
이쁜 따님들과의 대화...
참 사랑스런 엄마를 둔 아이들입니다..^^
차분히 써내려간 일기장의 향기...
주루룩~~
행복비가 넘쳐나네요..^^
더불어 행복비에 젖어갑니다.^^
늘~ 지금처럼...
고운미소~ 사랑스럽게요~ 벗님!~~^^*
내 남자 코고는 소리와 우나 쏭이랑 함께 시험준비 하는 밤 풍경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참 멋진 풍경이 이곳에서도 벌어지고 있어요
창 밖에는 똑같은 빗소리를 닮은 참비가 내리고 있으니
하늘은 하야니,뿌여니. 비가 내립니다
아이들은 공부하고 벗님이가 써내려간 글 ...소담스럽고 편안하고 작은 행복이 느껴져요.
참비??
그곳엔 참비가 내렸나요? 언니..ㅎ~
며칠 바람 불고 연신 비내리니..마음이 참 좋았는데..
햇빛 쨍쨍하고 무더운 하루였어요.
여름날..
바지런한 언닌..더 많은 땀방울을 흘리고 계실테지요.
언니의 마음이 늘 비에 젖은 듯 촉촉하고 평화롭길 바래요.
건강하시구요..^^*
엊그제 서울 다녀왔어요 즐거운 초대 받고 덥덥한 서울 거리를 쏘다니다 왔는데
집이 좋네요 행복이 가득한 우리집 ...송이네집과 많이 닮았을까?
느닷없이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있네요.
그간 참 놀기도 잘 놀더니만...
그래도 행복비가 내린다니
좋~습니다.
건강하세요....
그 늦은 밤에 부침개도 해주고...
고향이 예천?
그 친구는 아마도 그 정도 패기이면 잘 살 겁니다.
지금은 혹시 잠?...ㅋ...늘 행복하소서^^
심심하지 않고
내리는 비 구경하셨군요.
그런 날에는
김치전에 막걸리가 좋은뎅....
고1
저의 둘째딸도
낼부터 셤이라고
늦게까지 하더군요.
즈그 엄마는
11시부터 드르렁 드르렁....
내남자도 막걸리랑 부침개 메니안데..
저야..원래가 야행성이라..
그럼..한산님은 아이들 공부할 때..
뭐 하세요?
깊은 새벽..
비는 내리고..
아이들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평화롭고 행복했더랍니다.^^*
책이랑 담 쌓은지..전 한참 된 거 같아요.
낼은 도서관에나 갈려구요.
거기서 죽치고 책이나 읽어야겠어요.^^*
'사과가 가르쳔 준 것'읽고 있어요.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사과를 생산하는데 성공한 사람이래요.
10년 실패 끝에 39살에 성공했던...
지금은 예순 두살로 일본에서 유명한 사람이고
지구촌을 돌면서 친환경농업 강연하고 다닌데요.
음악 빼고 순전히 빗소리만 들려줄 수 없나요.
빗소리 듣고 있는 밤에 무작정 행복한 기분 들 때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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