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겨울을 견디는 중에
이사하느라 몸살을 앓은 베란다의 화분들..
거실로 옮겨와 정성 들이고 오며가며 눈맞춤도 해주니
더러는 꺾이고 뽑히고..그렇게 시들해 가던 놈들이
그래도 봄이라고 다시 새움을 틔우려 진통을 한다.
나는 흙속에서.. 가지 끝에서..
돋아나와 새로 움트는 초록생명이
볼 때 마다 경이롭고 신비하다.
"우나야..나무도 풀도 다 느낄 줄 안대.."
"당연하죠..나무도 생명인데.."
♥
거실에 치렁하게 드리워진 커튼을 활짝 열어젖힌다.
쇼파에 기대어 베란다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나는 좋다.
비록 뜰을 거닐며 흙을 밟고 바람을 느끼며 햇살을 만지지는 못해도..
이렇게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네모난 벽돌공간에서의 내 유일한 쉼터이기도 한 베란다..
유난히 생명력 강한 만데빌라와 트리안..
게으른 내게로 와서 추위와 목마름에 그렇게 말라가더니..
조그만 관심과 수분만 주어도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 잎을 틔워준다
저 작은 생명조차 살기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버티고 견디고 있는걸까..
이제 가지 끝에서 도톰하게 부풀어오르기 시작하는 여린 잎새들..
2층인 울집을 훌쩍 넘어 3층까지 키가 닿는
저 나무의 이름을 아직은 모르겠다.
그러나
내 눈길 가장 많이 가닿는 곳이다.
내 시선 항상 멈추어 바라보는 곳이다.
내 마음 잠시 잔잔한 고요속에 잠기는 곳이다.
거실에 앉아 저 나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선물처럼
고맙고 행복하다.
바라보면 나무는 늘 바람이랑 재잘거린다.
바라보면 나무는 늘 햇살이랑 속살거린다.
바라보면 나무는 늘 행복해 보인다.
나무야..
너를 바라보면 나는..
조금 덜 외로워
조금 덜 슬프고
조금 더 행복해
거기에 네가 있어..
나무야..
고맙고 다행이야..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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