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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하얗토록 눈이 내렸다.
어느새 말끔히 치워진 눈..
외려 더렵혀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
아무의 손길도 가닿지 않은 처녀림 같은 순결한 눈밭..
순결과 순수를 지향했었지..
고집스레 흰색 옷만을 입었던 스무살..
난 지금도 흰색을 지향한다.
하얀 꽃을 좋아하고..
하얀 옷을 좋아하고..
하얀 맘을 좋아한다..
하얀 그대를 사랑한다.
동심..
저 맨손의 아이는 손이 시리겠다.
이제 쌓인 눈을 봐도
눈사람을 만들고픈 맘이 생기질 않는다.
동심을 잃어버린지는 오래..
해가 중천인 아침이다.
아이들은 방학 중일텐데..
이렇게 축복같이 하얀 눈이 밤새 소복소복 쌓였는데도..
아이들 하나 보이지 않고 놀이터는 저 혼자 심심하다.
요즘엔 아이들마저 동심을 잃어가고 있는 듯..
아파트 안에서 이런 숲길을 만날 수 있음도
축복이라면 축복이다.
내가 가장 아름답게 본 남한산성길의 눈꽃만큼이나
이쁘다.
아침마다 자전거로 달리는 길..
작년에 폭설 뒤 빙판이 된 이 길을 자전거로 달렸었다.
살짝 내리막길인 이 길에서..
두 번이나 슬라이딩을 했다.
무릎에 피나고 허리 삐긋하고..
그래서 며칠 끙끙 거려야 했다.
쏭이의 아지트인 땅콩놀이터쪽에서 눈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눈싸움도 하고..썰매도 밀고 당기는 가족..
참 이쁜 풍경이다.
저 집 아빠는 참 좋은 아빠일거야..
언제나처럼 자전거가 있는 풍경은 이쁘다.
주인을 잃은겔까..?
버려진 것일까..?
어쩌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곳에 저리 멀쩡한 자전거가
밤새 방치되어 있었을까?
주인 잃은 강아지만큼 처량하다.
호수로 가는 길..
그러고 보니..
저 길을 안가본지도 한참이나 되었다.
오늘 같은 날에 호수풍경은 또..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리라..
마음 아픈 일이 있었다.
어제 내린 폭설같은 일이 있었다.
살아갈수록 사는 일에 자신이 없어지는 건..
나만의 일일까..
다들 힘들어하는 걸 보면..
나만 그런 건 아닌 듯 하다.
이런저런 시름..누구나 다 이고지고 살아간다.
너무 겨우면 홀로 울음울기도 하면서..
♡
울어..눈물나면..
가슴 후련하도록 울어버려..
참지 말고..
용기 내어 살자.
힘 내어 살자.
사랑 있으니..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웃자.
그들이 슬퍼하지 않게 ..웃자.
나는 오늘도 이말을 되뇌인다.
웃어요..
웃으면 삶 또한 웃음이 된다 합니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