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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살림 이야기

새알 없는 팥죽 쑨날 아침에

by 벗 님 2010.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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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데..난 엉터리에 불량주부다. 

 

울아빠가 딸 다섯 중에 요리 젤 못한다고 인정한..

공식 불량주부다.

 

 

 

 

 

 

 

 

 

 

어제 저녁..그러니까 동지 하루 전날에..

퇴근 후..늦은 저녁을 드시던 내남자가..

 

"내일 팥죽할 거지?"

"엥? 내일이 동지예요?"

"에구~~주부가 자알 한다~~"

 

냉큼 일어나서 냉동실에 고이 모셔두었던

팥이랑 찹쌀을 꺼내어 물에 불려두었다.

 

 

 

 

 

 

 

 

일단..어머님이 저번 추석쯤에 주신 쌀가루를 익반죽 해서..

새알을 만든다.

작년엔 깜빡하고 쌀가루를 준비하지 못해서..

새알 없는 팥죽을 쑤었다고..내남자랑 쏭이한테..

얼마나 핀잔을 들었는데..

올해는 다행히 어머님이 주신 쌀가루가 있어..든든했다.

 

내남자 TV보는 옆에서 동글동글 ..새알을 만들고 있는데..

한다는 소리가..새알 굵기가 어째 다 제각각이냐..며 타박이다.

내가 뭐 똑같이 못만들어서 안만드는 줄 알아요?

다 똑같으면 재미없을까봐 일무러 들쭉날쭉 만드는거예요.

 

내남자 콧웃음을 친다.

아~~난 진짜..재미있으라고 일부러 아무렇게 만든 건데..진심..

 

 

비하인드 스토리..

 

쌀가루를 냉장고 정리하면서..겨울이라 괜찮겠지..하고..

주방쪽 베란다에 두었는데..

사실 겨울엔 사방천지가 냉장고니..괜찮을 줄 알았지..

근데..며칠 날이 포근했던 관계로..이게 맛이 살짝 갔다.

 

쓸데없이 예민한 내남자..담박에 냄새가 이상하다고..

이 새알 내일 아침 팥죽에 넣으면 팥죽 안먹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한다.

 

으~~아까버라~~

 

 

 

 

 

 

좀 더 이른 아침을 깨워..

엊저녁에 불려둔 찹쌀을 믹서기에 간다.

 

주방 쪽으로 다가온 내남자..아는 체를 하며..

팥죽에 왜 찹쌀을 넣냐구..

팥죽엔 팥만 넣으면 되는 거 아니냐구..

 

참나..기막혀..

 

 

 

 

 

 

 

불려둔 팥을 푸욱 삶아서 이것도 믹서기에 곱게 간다.

그냥 넣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왕언닌 그래야 씹히는 맛도 있다고 그러시던데..

 

난..그 씹히는 맛이 싫어 그냥 무조건 갈아버린다.

 

 

 

 

 

 

 

 

아무래도 때깔이 영~~

팥을 더 넣었어야 했다.

아님 찹쌀을 조금만 넣던지..

팥죽이 붉어야 하거늘..이건 허여멀거니..영~~

 

결국..

작년처럼 올해도 울집 팥죽엔 결국 새알이 없다.

 

 

 

 

 

 

 

 

아무래도 팥죽엔 동치미가 어우러질 듯 하여..

김장할 때 담가둔 동치미를 처음으로 개시해 본다.

난 동치미 담글 때..맛보다도 그 빛깔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국물이 핑크빛으로 우러나면 동치미가 더 맛나게 느껴져서..

그래서 청갓 대신 홍갓이랑 자색양파를 넣어 저리 붉은 국물빛을 우려낸다.

 

근데..맛이..

동치미 무에 간이 거의 되지 않았고 아직 맛도 덜 들었다.

 

 

 

 

 

 

 

 

오늘아침 울집 밥상에 올라온 허여멀건 새알 실종된 팥죽이랑..

밍밍하니 맛이 덜든 동치미..

 

암거나 잘 먹는 울쏭이는 새알 없는 팥죽이 기가 막히다는 듯이 웃고는..

그래도 한 그릇 뚝딱..해치우는데..

우나기집애는 숟가락으로 한 번 휘이 젓더니..입에도 안대고 안먹겠단다.

근데..문제는 내남자다.

소금간 고거 조금 했다고 잔소리하더니..그예 팥죽에 물을 타서 먹는다.

'아~씨이~~정말~~아침부터..'

내깐엔 동지라고 팥죽씩이나 해 바쳤더니..

요즘 아침마다 밥상머리에서 잔소리다.

내 군기라도 잡을 모양인갑다.

 

아침에 사람 기분 팍 망쳐놓고는..퇴근해온 내남자..

큰 냄비에 가득 있는 팥죽을 거의 다 해치웠다.

짜니 어쩌니..일언반구 없이 참 맛나게도 드신다.

 

그럴거면서 아침엔 왜 그랬냐구..??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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