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른 가슴에 비가 되어 내린..
소녀야..
사랑아..고마워..
♥
1987.5.29. 맑음. 金
벌써 일주일이 넘도록 수업거부를 하고 학교는 온통 체류가스로 자욱하다.
권태로운 생활들이 이어지고 있다.
새벽 1시..
내일은 학교에 가서 수강신청서도 내고 도서관에도 가봐야겠다.
나의 생활..부끄럽다.
이런 상태로 내 삶이 이어지고 내 이성과 지식도 결국 이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면
나는 아마 영원토록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되고 말것이다.
부끄럽게 엉거주춤히 마주 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 도 없다.
적어도 옛날의 나로..
그렇게 도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벗님과 만나고 싶다.
하나씩 둘씩 만나는 사람이 늘어날 때마다 더 큰 혼란 속에서 헤매이게 된다.
내 본연의 모습 찾고싶다.
아! 그러나 나는 무작정 살고 있다.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
그냥 비포장도로변의 풀잎들 위에 자욱히 먼지가 쌓이듯 ..
내 몸과 마음에도 그런 먼지..
도대체 내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먼지를 묻힌 채..
슴가빠 허덕이고 있는 게다.
얼마나 가련하고도 한심스런 모습일까?
살아간다는 일..
아침 이슬에 촉촉히 젖은 싱그런 오월 풀잎처럼 ..
적어도 그렇게 상상해가면서..
꼭 그렇지는 않아도 마음으론 그런 듯이 살아갈 일이다.
나는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생명은 유한하다.
그리고 짧다.
아~ 어차피 죽어버릴 내 생명..이 몸뚱아리..웃음..
한순간도 스쳐버리지는 말자.
사람의 일이란 내일을 알 수 없는 것..
- 스무살 벗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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