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가을이 그 자태를 가장 뽐내는 아름다웁던 날에..
산에 들에 들꽃들이 하얗게 눈부시던 날에..
내남자와 나는 또 심학산엘 가기로 한다.
야트막하니..
아이들 잠든 아침결에 산책처럼 다녀오기 딱이라..
요즘 주말이면..토요일이건 일요일이건..
심학산엘 간다..내남자랑..
♥
5월의 여왕 장미..
시월의 한가운데 피어 함초롬히 이슬을 머금은 채 붉게 수줍다.
역시 꽃도 제철에 피어야 제 빛깔로 화사한 법..
5월만큼 어여쁘지 않은 장미..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내남자덕에..
오늘은 늘 가던 약천사길이 아닌 다른 코스로 가기로 한다.
밤새 내린 비로
풀잎마다 꽃잎마다..이슬꽃이 영롱히도 맺혔다.
늘 저만큼 성큼 앞서 가버리는 내남자..
내가 어김없이 쫓아 올 것을 아는 게지..
어느 산길 모퉁이쯤에서 날 기다릴 거란 걸..
내가 아는 게지..
예전엔 아이들 데리고 야생밤 주우러도 마니 다녔었는데..
가을이면 밤 주우러 가자..
늘 마음으로 생각만 한 지도..여러해가 지났다.
산길에서 주운 알밤 하나가 하~ 이뻐서..
들꽃들에게 흠뻑 빠져 한참을 눈맞춤하고 나니..
내남자는 그림자의 여운마저 남기지 않고 ..가버렸다.
어디메쯤에서 또 기달릴테지..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발걸음도 빨라진다.
우나랑 쏭이랑 어릴적에 올라보고
참 오랜만에 다시 올라 본 심학산 정상..
그 때 그대로인 듯..달라진 정상의 모습..
내남자..드디어 발견..
나중에 마당 있는 집을 지으면..
저런 나무 울타리로 마당을 두르고..
저리 들꽃을 욕심껏 심고 싶다.
빨리 왔으면..그날이..
육안으로 저 멀리..통일전망대가 보인다.
우리 둘이 참 마니도 달렸던 자유로도 보인다.
한강이 유유하고 저 위로 ..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도 보인다.
저 먼 산..저 흰구름 아래..북한 땅도 보일 듯 하다.
커피와 고구마..
내남자와 나의 아침메뉴..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맛 궁합은 그런대로 괜찮아 즐기는 편이다.
하산길..
이 남자..또..어딜 가버린 걸까..?
기다렸다 함께 가주면 좋으련만..
멈추어 기다리는 걸 못한다.
산 아래 마을..
어제 내린 비탓일까..
논바닥에 안타까이 누운 벼들..
저 벼들을 일일이 하나씩 세우고 묶어줘야 한다고..
누운 벼를 보며..
아이구 어쩌냐..어쩌냐..하시던 어머님 얘기를 하며..
내남자 어린 날의 기억 한 토막을 끄집어 낸다.
어린 날에 발 담그고 물장난 하고..
빨래방망이 들고 동무들과 빨래 하던
마을 앞의 개울물을 닮았다.
물이 참 맑았다..
어린 날의 그 개울물처럼..맑았다.
- 벗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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