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하얗게 지천이던 가을이 하 이쁜 날이였다.
내남자랑 난..또 심학산엘 가기로 한다.
저번에 보았던 능선길의 구절초며 들국화며..
이름 모를 하얀 들꽃들이..자꾸만 아른아른~~
그리워서..
♥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 한 점 없이 공활한 가을 하늘..
들꽃들과 눈 맞추며 속살거리느라..
늘 뒤쳐지는 나를 기다려 주던 내남자..
내남자가 앉은 자리 앞으로 구절초가 하얗게 군락을 이루었다.
가서 사진 찍으란 말은 안하고..
저기 보란 듯이..
저기 구절초가 저리 마니 피었으니..
어여 가서 사진 마니 찍어란 듯이..
하필 이곳에 앉아 나를 기다려준 구절초 닮은 하얀 마음..
속으로 피식~~웃음이 났다.
늘 못마땅해 하더니..
디카 들고 다니는 거..블로그 하는 거..
늘 눈엣 가시처럼 시러하더니..
그래도 은연 중에 마음의 응원을 보태고 있었던 겔까..
당신 글 잘 쓰더라..
가끔 툭 던지 듯 이리 말해준다.
내 앞을 가는 세 여자..
젤 왼쪽 여자의 뒷태가 젊고 풋풋해 보여 눈길이 갔다.
그런데 뒤에 가만히 따라가면 듣자니..말뽄새가..
할머니들이 지하철 타는 거 꼴불견이라는 둥..
명품 핸드백 들고 지하철 타는 여자들 재수 없다는 둥..
뭔 소린지..???
오늘도 정상코스로 향한다.
오르는 길에 만난 정겨운 풍경..
아버지와 아들이 가을 들풀더미 속에 노니는 모습에
한참을 내 눈길이 머문다.
비록 정상이라 부르기 미안할 만큼
야트막한 심학산의 정상이지만..
정상에 다다랐다는 그런 성취감과
탁 트인 시야로 바라다 보이는 풍경이 좋다.
부지런한 이들은 어느새 정상의 정자에서 쉬고들 있다.
먼 산 위에 길게 지붕처럼 드리워진 띠구름..
장관이였다.
저런 구름 만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리라.
저 아파트 어디쯤 살고 있었을까?
내가 알던 참 착하고 어여쁘던 그녀..
졸음운전으로 운명을 달리 한..
저 도로 위 어디쯤이였다고 한다.
새벽 늦은 시간까지 대회 나갈 춤 연습하다 귀가하던 길..
깜빡 졸음운전..그렇게 ..
그 이쁨과 그 젊음과 그 착함이 ..못내 안타까웠던 그녀..
어리디 어린 그녀의 어린 남매들이 너무나 애처로왔던..
날이 하 맑았던 탓인지..통일전망대가 또렷이 보인다.
산 아래 마을도 보이고..저너머 북녘땅도 보일라 한다.
우리둘 아침식사..
한 때 고구마의 효능에 대한 책을 사서 읽더니..
고구마에 열중하던 내남자..그 덕에..
아침대용으로 곧잘 애용하게 된..고구마..
문득 출출해지네..이 야심한 시각에..
또 맥심모카 믹스를 홀짝거리고 있다..
으~~칼로리..
낼 아침 분명 후회막급일 줄 알면서..
정상에 올랐다..둘레길을 반 바퀴 돌아 내려온 약수터..
어느 유치원에서 온 한 무리의 사람들..
어쩌면 저 유치원 아이들의 조막만한 가슴 안에
엄마 아빠랑 함께한 오늘이
어른 된 어느날엔가 문득 떠오를 추억으로
아로새겨 지리라..
나..
내남자와 나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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