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바람 찬 강변을 나 홀로 걸었소..
♩~사랑했던 날들보다 미워했던 날이 더 많아..
우리가 다시 저 강을 건널 수만 있다면..
후회없이 후회없이 사랑할텐데..♪~~
하늘이 온통 모노톤으로 우울하던 날이였다.
내남자가 이번 벌초에는 같이 가자 한다.
그리고 추석날에는 가족여행이나 떠나자 한다.
그 말을 하니 유독 맏며느리가 많은 센타의 동료들은
부럽다고 난리다.
아메리카노와 떡볶이..
어디쯤의 휴게소였을까?
내가 선택한 메뉴..
둘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지만
이렇게 쪼인해서 먹긴 처음이다.
아버님의 닭장..
지날 때면 냄새가 참 지독하고 역겹다.
그래도 나는 멈추어 어미닭을 쪼르르 쫓아다니거나
먹이를 쪼는 병아리들을 한참 쳐다 보곤한다.
점심무렵이였던가?
대구 사는 시누님이 삼형제 오면 먹으라며 보내온 꽃등심을 구워 먹으려는데..
마당에 풀어놓고는 대문을 열어 놓은 사이
요놈의 닭들이 모두 가출을 해버렸단다.
아버님이랑 아주버님들이랑 내남자랑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맛난 꽃등심을 팽개치고는
집나간 닭들을 찾으러 나가고..
나는 어머님도 어서 드시라 권하며..
식으면 맛이 없어질 것 같아..일단은 먹고 본다.
시골집 마당 한 켠의 저 커다란 솥..
처음 시집 왔을 적.. 에이던 겨울날엔
아버님이 저 솥이거나 가마솥에 물을 뜨끈히 데워놓으시곤..
저 물로 세수하라 그러셨던..
여전히 그 때처럼 마당에 한자리를 차지 하구서
지금은 무슨 용도로 쓰이고 있을까?
남자분들 벌초하러 가고 난 사이 무료한 나는..
할 일 없이 포도나무 아래로 떨궈지는 빗방울만 세며 앉았다.
그렇게 처마밑에 쪼그리고
하염없이 빗방울을 세며 앉았던 꼬마아이적 처럼..
그냥 대충 담아도 된다고 말씀 드려도..
그래도 똑같이 담아야 한다며..
다듬어 놓은 마늘의 숫자를 정확히 세어서 형님네랑 우리랑 똑같이 담으신다.
시집온 첫 해였던가..
참기름을 나누어주시는데 형님네 참기름병엔 한가득 부어주시고
우리 병엔 남은 참기름을 반도 안 차게 부어주시며..
너희는 가까이 사니 다음에 와서 더 가져가라 하시는데..
엄청 삐진 나는 마당에 나와서 내남자에게 막 따졌었다.
똑같은 며느리인데..왜 형님네 주고난 찌꺼기를 주느냐며..
그 말이 어머님 귀에 들어갔는지..
그 날 이후론 무어든지 똑같이 나누어주시는 어머님..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고 부끄러운..
할 일도 없고 마음도 갑갑하여 밖으로 나와본다.
시골마을엔 어느새 주인 없는 빈집이 하나 둘 늘어만 가고
세월처럼 낡아가고 스러져 간다.
추적추적 약하지만 여전히 내리는 빗속을..
나는 우산도 없이 걷는다.
나는 이런 날이 좋다.
이렇게 눈물처럼 젖는 세상 속에서
마음은 차라리 고요롭다.
강 언덕에서 바라다 본 운무 흐르는 먼 산..
그 산 아래 마을 전경이 정겹다.
내남자 어린 날에 저 산까지 소꼴 베러 갔다하던 말이 떠오른다.
그렇게 시골길을 홀로 노닐다가
돌아와 까무룩 또 잠이 들었는데..
벌초간 남자분들이 생각보다 일찍들 오셨다,
내남자..
어머님 고추 따고 계시는데..며느리가 낮잠 늘어졌다고 핀잔이다.
그래도 마늘꼭지도 따고 어머님 도와드렸다고 생색을 내어본다.
추석 때 못 온다는 핑계로 따라나선 벌초길..
아무 한 일도 없이 돌아가는 길..
차창 밖으로 비봉산이 보인다.
언젠가 내남자랑 올랐다 길을 잃고 깜깜한 산속을
헤매이던..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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