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랑 우리 우나의 음력생일은 한 날이다.
울 엄마의 생신날에..선물처럼 우리 우나가 태어났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양력으로 생일을 하니..
오늘은 울엄마의 생신이다.
막내 태야만 빠지고..울 가족 22명이 다 모였다.
생신날에 이른 새벽부터 밭일을 하시고
저녁시간에서야 자리에 앉으신 울엄마..
울엄마의 무릎은 언제나 막내 유담이의 차지..
♥
종일을 내리꽂히는 뙤약볕 아래에서
처갓집 텃밭을 일구어 준 다섯 사위들..
어느집 사위들이 이리 착할까..
장녀인 나만 빼고 다들 엄마네랑 지척에 살아
맛난 거..좋은 거..나누고 ..오가며..
얼마나 살가운지..
참 고마운 백년 손님들..
이른 새벽 부터
엄마네 텃밭 일에..
아이들 데리고 계곡에..
식구들 먹을 음식장만에..
종일 쉴틈 없었던
랑이..월이..주야..영아..
내 사랑하는 동생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
내 사랑하는 동생들의 분신..
내 생명보다 귀하고 소중한 아이들..
몸은 지치고 고단했으나
마음만은 뭉게구름 처럼 몽실몽실 행복했던 하루..
저녁만찬을 끝내고
남은 불씨 위에서 익어가는 감자 냄새가
어린 시절.. 집집마다 피어오르던 저녁연기 처럼 정겹다.
여름 벌레퇴치기라는 이 기구..
무슨 우주인이랑 접선하는 기구인 양 하다.
이거 땜에 주야랑 제부랑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실 일반 가정집에 그닥 필요치 않은 것을 ..
제법 고가로 사온 모양..
평소에는 사용치 않다가
여름 한 때..이리 손들이 모인 저녁에나 어쩌다 필요한..
그런데 그닥 벌레도 잘 잡지 못하고 멀뚱하니 자리만 차지하고 있길래
장식용이라며 네째제부를 놀리며 우리는 킥킥~ 거렸다.
먼산엔 어둠이 짙어가고..
산 아랫자락 마을에도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울 엄마의 예순 여섯 번째 생일케잌의 촛불도 켜진다.
울 엄마의 열 번째 손주..유담이..
할머니.. 생신 축하 드려요..♪~
네째 제부가 밭가에다 올해 처음으로 블루베리를 심었다고 한다.
이 블루베리의 맛에 대한 설왕설래..
어릴 적 먹었던 괴물이라는 열매랑 닮았다.
산에 나는 머루랑 닮았다.
이러는 사이에 아이들은 컷팅 된 케잌의 장식용 쵸콜렛 쟁탈전이 벌어지고..
하하 ..호호.. 꺄르르~~..
마당에 태우던 여름모깃불 연기처럼 번져오르는 행복웃음들..
제부가 심었다는..블루베리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