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들에겐 하냥없이 인자하셨던 아버님..
생전에 눈빛 나누며 더 많이 얘기나누지 못했던 것이..
내내 송구하고 슬펐습니다.
자손들 잘 살펴달라 ..
엎드려 절 올릴 때 마다..염치 없이 빌었습니다.
부디 편하시라고..
그 곳에선..편하시라고 ..
엎드려 절 올릴 때 마다..빌고 빌었습니다.
★삼우제(三虞祭)는
장례를 치른 후 3일째가 되는 날을 지내는 제로 첫번째의 성묘이다.
산소에 가서 묘의 성분 상태를 살펴보고 간소하게 제수를 진설하여 제를 올린다.
♥
삼우제 지내러 아버님 산소 가는 길..
마음의 슬픔 인양 안개 자욱히 내린다.
"아버지께서 꽃을 참 좋아하셨는데.."
들꽃을 꺾어 가슴에 한아름 안으시는 고모..
아버님을 뵈러 가는 산길마다에 가을들꽃은
어찌나 지천이던지..
어찌나 어엿브던지..
아버님께 드릴 한아름의 들꽃을 가슴에 안고
저만큼 안개 속으로 멀어가는 고모의 뒷모습은
어찌나 처연하던지..
어찌나 아름답던지..
생전에 화초를 유난히 좋아하셨던 아버님..
고모랑 내가 꺾어온 들꽃을
아버님 누운 자리 위에 살폿 놓아드린다.
..
▶◀
삼우제 풍경
오형제 분 중에 동생 두 분을 먼저 보내신 큰 아버님의 말씀이
오래 남는다.
왔던 순서대로 가면 좋으련만..
▶◀
딸의 슬픔
내남자의 유일한 누이..
형제들의 슬픔의 깊이야 누가 더하고 덜하고가 있겠냐 마는..
가장 설웁게 우시던..고모..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입으셨던 옷가지들이
한 줌 연기로 화해 재로 타들어가는 것을
한참을 서서 물끄러미 지켜보는 우나..
우나는 연로하신 할아버지를 그리 오래 뵙지 못할 거라는 걸 예감처럼 알고 있었다는 듯..
" 엄마..내가 전에부터 할아버지 자주 뵈러 오자고 아빠께 말씀 드렸었는데.."
"그랬더니 아빠가 나보고 고맙다..그러셨는데.."
대문 앞 골목길에서 우리 차가 모퉁이 돌아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서 계시던 구부정하시던 모습..
우나랑 쏭이의 기억 속에 각인된 생전의 마지막 모습을
아이들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나도 그 날따라 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유난하게 손을 흔들던 아이들의 모습과
괜히 마음이 짠하다 하던 우나의 말이 오래 남아 선연히 떠오르곤 했었는데..
언제나 이 곳에만 오면 바라보게 되는 저..수풀 우거진 자리..
"저 자리가 엄마랑 아빠가 묻힐 자리야."
"엄만 여기만 오면 그 소리.."
우나는 나중에 우리를 화장할거라 한다.
그래서 밤마다 꼬옥 끌어안고 같이 잘거라 한다.
쏭이는 화장을 하는 건 사람을 두 번 죽이는 것이란다.
무덤을 만들어 고이 모셔두고 맨날 보러 올거라 한다.
난 아무래도 쏭이의 의견이 맘에 든다.
그래도 우나가 밤마다 날 끌어안고 자겠다는 말이 ..괜히 좋다.
나 시집 와서 참 많이도 올랐던 산소길..
문득 바라보니..이토록 아름답다.
계절이 하~ 이쁜 탓도 있겠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줄은 미처 몰랐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뒤돌아보며 ..
내려오는 형제들..
자꾸 뒤돌아보는 거 아니라고..
누군가 말한다.
내려가는 길에..
내남자 형제부부들이며 사촌 부부들이 묻힐 자리로
문득 발길을 돌린다.
이제껏 한 번도 발길 멈추어 보지 않은 이 자리에..문득 멈추어..
후일..우리들이 누울 자리를 가늠해본다.
아버님 그렇게 급작스레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시고..
지금은 오히려 망연하여 슬픔이 그저 눈물로 흐르겠지만..
날이 갈수록 깊어질 뼈저린 아픔과 가슴 빠개질 그리움을..
어찌 견딜까.. 내남자..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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