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길에 내남자에게 전화해..
어쩌다 보니 혼자 산행했노라..보고하니..
놀라며..
여자가 간도 크게 산엘 혼자 다니냐며..야단이다.
사람들 많은 코스로 가서 괜찮았노라..안심시키고..
집에 돌아온 내남자..
밥은 어쨌냐..혼자 먹었냐..창피하진 않았냐..
아무렇지도 않았다..
계곡바위에 앉아 혼자 맛나게 먹었다.
오르는 길에 한 남자가 말 걸어 왔다는 이야기랑..
하산길에..계곡바위에서 한잠 잤다는 얘기는
쏘옥~~뺐다.
모르는 게 약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
북한산 산영루..
수많은 조선 시인들이 주춧돌만 남아있는 이 곳을 찾았다는 누각..
숲길에서 살짝 계곡쪽으로 비껴선 안내판...
무심히 지나치던 이 앞에 멈추어 ..
다산 정약용이 산영루를 노래한 시 한 수를
나도 따라 읊어본다.
그 산영루 앞에 함박 피어있던 해당화..
자나가던 어느 부부의 대화를 엿듣고는
아..해당화로구나! 이 꽃이..
계곡 너른 바위에 두런두런~~
음식을 나누며..수런수런~~
사는 이야기들 나누는 여인네들..
대남문 오르는길에 접어드는 숲길..
나는 이 구부러지는 숲길이 언제나 이쁘다.
작년 가을엔 억새 우거져 있었고..
저만치쯤에 내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던 길..
산사로 가는 길
한 번도 들러보지 않았던 작은 산사..
내 발길이 외려 죄송해..
바라만 보다 지나치는 길..
저 네모난 바윗돌에 한참을 앉아 계시던 스님..
담고 싶었는데 차마 담지 못하다..
문득 일어서 움직이시길래..
몰래 똑딱..
산길에 수줍게 피어난 야생화들과 눈맞춤하며..
산풍경..숲길풍경..
계곡물소리..바람소리..
햇살 잎새에 부딪는 소리..
온갖 풍경 두리번 거리며 ..
온갖 소리 귀쫑긋 거리며..
느릿느릿 오른던 산길..
멈추어 나만의 식탁을 차린다.
소박한 밥상..
호젓이 홀로 앉아 먹는데..
그 맛이 또한 꿀맛이다.
산비둘기 한 쌍이 내 주변을 서성이고..
계곡물소리..돌돌..
그늘을 드리워 주던
푸른 나무잎새 마다엔..
햇살이 부서져..
눈이 부시게 부서져..
드디어 대남문 정상..
오르는 길이 700곳이라던가..??
그토록 무궁한 북한산 코스 중에..
내 발길 가장 많이 머문 곳..
산정에서 내려다 보는 사람사는 세상..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하시던 분..
편하신지요..그 곳에서..
산정에 부는 바람은
저 초록 산빛만큼이나 푸르고 시원하다.
하산길에..이 바윗돌에 몸을 누이고 ..
한 잠..까무룩~~~
바로 아래에 계곡물이 흐르고..
한 무리 여인들의 소란거림이 외려 정겹고..
바로 앞 산사에서 들리는
신영옥의 가을밤을 들으며 든 낮잠..
문득 깨어나니..참 달게도 잤는지 입가엔 침이 ~~ㅎ~
산사에선 장사익의 찔레꽃이 울려퍼지고 있다.
저 산사의 스님 노래 취향이 나랑 닮은 듯..
산 중턱쯤의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태어나 처음 시도해본 나홀로 산행..
세월아~~네월아~~하며..
내 마음길 가는 대로..내 눈길 닿는 대로..
풀숲에 피어난 풀꽃들 하나라도 놓칠세라
다 담으며 쪼그려 앉기를 수 십번..
그렇게 홀로 유유자적 오른 산길..
태어나 처음 감행한 홀로 산행..
태어나 처음 느껴본 이 마음의 포만..
온몸으로 젖어 온맘으로 번져오는 행복..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나홀로 산행..
살며..혼자라는 단어가 이토록 좋았던 적이 몇 번 있었을까..
아~~아른하여라..행복하여라~~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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