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산 이야기

북한산 백운대-예기치 못한 산행

by 벗 님 2010. 4. 26.

 

 

 

 

주말엔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는 여인네들의 갸륵한 맘으로 하여..

우린 매주 금요일 산행을 하기로 한다. 얼마나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샤론 언닌..금요일 블라디쌤의 스포츠댄스를 빠질 수 없다며..

함께 하지 못함을 아쉬워 한다.

삐삐언니가  암벽을 오를 때 손잡아 줄 남자가 필요한 날 위해..

일산호수님을 섭외해 놓았으니 맛난 걸 마니 사오란다.^^

 

 

 

 

 

 

 

 

 

함께 가기로 한 희영씨랑 일산호수님은

피치 못한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하고..

 

삐삐언니랑 둘이서 조촐하게 떠난 산행길..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밤골이란 곳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호젓하다.

지난주보다 더 화사해진 진달래..

 

인적 드문 산길..

너무 한적해 조금 무서웠지만

가는 길이 참 이뻐 내남자 생각이 났다.

언제 함 같이 와봐야지..

 

근데..왜 이리 사람이 없지?

 

 

 

 

 

 

 

산빛을 닮은 물빛

진달래 꽃빛

나무에 돋아난 잎새의 여린 연두빛

 

물가에 어리는  봄햇살빛이 고웁다.

 

 

 

 

 

 

 

저기 한 무리의 여인들이 가고 있다.

반가워..길을 묻는다.

백운대로 가는 길이란다.

 

삐삐언니도 나도 처음 만나는 산길..

우리는 예정에 없던 백운대로 향한다.

가다가 중간에서 다른 능선을 타기로 하고..

 

 

 

 

 

 

 

자박자박..무리없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이야기에 웃음꽃 피워가며..

저 여인네들은 숨가쁨도  없이 잘도 오른다.

 

어쨌거나 동행인들이 반가워..

우리는 행여 놓칠세라 저 여인네들 뒤를 일정한 간격으로 쫓는다.

 

 

 

 

 

 

 

능선 길에 만난 진달래 군락지..

하나로 피어 어여쁜 꽃이 있는가 하면

무리 지어 어우러졌을 때..더욱 눈부신 꽃들이 있다.

 

나는 언제나 산에들에  어우러져..

자기를 뽐내지 않은 수수한 꽃들에 마음이 간다.

 

 

 

 

 

 

 

어떤 사연으로 만나 함께 산을 오르는지는 몰라도..

저 여인네들의 도란거림과 정다움이 좋았다.

 

사람에 치이던 요즘..

나는 자주 사람이 싫어지곤 했지만..

 

나는 안다.

참 따스한 마음들도 많다는 것을..

 

 

  

 

 

 

 

이름도 모른 채 바위능선길을 따라간다.

절경이다.

올라오는 산길도 참 이뻤는데..

깎아지른 절벽을 아래로 하고 걷는 바위 능선길의 아찔한 장관..

그야말로..사진으로는 도무지 담아내지 못하는 감탄과 절경이다.

 

직접 오르지 않고서는 ..

눈앞에 펼쳐놓지 않고서는 ..

절대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땀흘려 오른자 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같은 거..

 

 

 

 

 

 

 

아무래도 숨은벽을 닮았다. 언젠가 한 번 올라본..

참 가팔라 위태위태했지만..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펼쳐 놓았던..숨은벽..

그 때 올랐던 코스는 아니라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숨은벽이 틀림없어 보인다.

희영씨가 숨은벽..숨은벽..노랠 불렀었는데..

 

우리가 그랬다.

그곳은 여인네들끼리는 무리한 코스란다.

손 잡아줄 남정네가 필히 있어야 한단다.

 

 

 

 

 

 

 

맞나보다. 숨은벽..

암벽등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헬맷을 쓰고 장비를 점검하며...거의 85도의 가파른 숨은벽을 오를 준비를 한다.

참 간 큰 사람들..

 

 

 

 

 

 

 

보니..제일 앞 선두만 남자분이고 대부분이 여자들이다.

도전하는 삶..멋지다.

그러나 난 도저히 멋질 자신이 없다.

저 절벽 중간쯤에서 아마 심장이 멎어버릴 것이다.

물론 오를 엄두도 안내겠지만..

 

 

 

 

 

 

 

이 곳을 통과해야만 깔딱고개로 갈 수있다.

아님 저 위의 여인들처럼 숨은벽을 타든지..

 

이곳에서 사람들은 꼭 인증컷을 남긴다며..찰칵..

그나저나 날씬한 삐삐 언니는 무사통과했지만..

 

"언니..나..끼여서 오도가도 못하는 거 아니예요?" ㅎㅎ

 

 

 

 

 

 

 

계곡을 따라 줄기차게 올라온 길..

여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깔딱고개..

이제 저 절벽만 오르면..된다.

 

전엔 저 하얀 밧줄이 없어 ..

외간 남자의 손을 빌어야했지만..두 번째이고

밧줄도 있어 쉬이 오를 수 있었다.

 

저 오른쪽으로 조금 숨어들면..호랑이굴이 있다.

저번 산행 때 대장님이랑 금지구역인 호랑이굴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호랑이굴을 통과한 순간..바로 눈앞에 펼쳐진 기막힌 장관..

 

그러나 감탄할 새도 없이..

건너편에서 지키고 있던 경찰들에게..

경고를 먹고 부랴부랴..되돌아나온 길..

걸리면 벌금 50만원..그러나 무사통과..

맘좋은 경찰들이였나 보다.

 

 

 

 

 

 

 

먼저 와서

산정에서의 만찬을 즐기는 여인들..

 

삐삐 언니랑 나는..

예까지 와서 백운대를 올라야 한다는..

지나가는 아저씨들의 권유로..

 

백운대 정상에 오르기로 한다.

 

 

 

 

 

 

 

지금부터는 저 밧줄에 의지해서 바윗길을 올라야한다.

 

홀로 온 듯한 저 남자..

언제 나도 한 번 홀로 산행을 감행해 보아야겠다.

 

그저 내 안에 포옥 잠기운 채..

내 안의 나를 바라보며 산을 오르고 싶다. 홀로..

 

 

 

 

 

 

 

저 아래 개미처럼 보이는 사람들..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절벽과

빼어난 봉우리들을 한 눈에 보여줄 수 없어..

 

아쉬운..

 

 

 

 

 

 

드디어 정상이다. 백운대..

 

내남자와 내가 제일 처음 올라와 본 북한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

내남자 그랬었다.

북한산의 가장 높은 곳에 와 봤으니 이제 북한산 올 일은 없다..며

순진한 망언을 했었지.

북한산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산인 줄..모르고 한 말이지..

 

3년을 북한산을 다녀도..아직 다 못가 보았노라던,,샤론언니..

 

난..열 번쯤 왔으려나?

 

 

 

 

 

 

 

내남자와 처음 올랐던 날에 운무가 자욱하였었지..

 

내가 태어나 처음 바라본 운무..

 

기막히게 환상적이여서 연신 감탄만 했었지..

 

 

 

 

 

 

 

저 아슬한 바위에 앉아 사진을 꼭 찍고 싶다 하는 언니를..

아서라..관둬라..말려야했다.

사진 찍다가 아차~~하는 순간이..

 

너무 아찔해서..

 

 

 

 

 

 

 

애기똥풀이라 알고 있었는데..

작년에 어느 분이..아니라며..이 꽃의 이름을 가르쳐 주셨는데..

지난 산행기를 찾아봐야 할 듯..

 

바위틈새에 수줍게 피어나 더욱 사랑스런 노란 녀석들..

 

엎드려 이 꽃을 담고 있는데..지나가는 남자분이..

"한 컷에 2천원입니다."

"보니 세 번 찍으시던데..6천원 내셔야 합니다."

 

"아? 그래요..몰랐습니다."

"다음에 뵈오면 꼭 드립죠..하하~~"

 

 

 

 

 

 

 

백운대를 내려오는 길에 비가 듣는다.

아침이 화창하여..비옷을 꺼내어 두고 왔는데..

하산길에..비와 천둥..마침내는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인적도 드물고..먹구름 덮힌 산속은 어두컴컴하고..

게다가 우린 하산길을 잘못 접어들어..물어물어 헤매어야 했다.

 

45분이면 내려올 길을..위문,대동문,대남문을 다 찍으며 내려와서..

3시간여의 하산을 해야 했다.

게다가 난 비를 쫄딱 맞고..

 

 

 

 

 

 

 

 

이리 비가 오는데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긴 우중산행의 맛..그 맛을 내가 기억하지.

 

예봉산..

폭우 쏟아지던 날의 참 아름다웠던 추억 산행..

 

 

 

 

 

 

 

낯익은 다리 위..

 

언젠가  내남자와 쉬어 가던 오래된 나무에

 

돋아난 여린 새잎이 봄비에 젖어 더욱 곱다.

 

 

 

 

 

 

 

산사 입구에 심어놓은 수선화와 튤립..철쭉..

 

봄날은 꽃처럼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난다.

 

 

 

 

 

 

 

 

 

 

이곳은 남녘의 땅보다 봄이 더디 온다.

 

그 곳에 이미 져버렸을 개나리와 벚꽃이..

이 곳엔 이제서야 한바탕이다.

 

봄아..더디 온 만큼 더디 가거라..

 

봄아..

 

꽃아..

 

 

 

 

 

 

 

 

 

어느새 비는 그치어

 

하늘은 제 빛깔로 푸르고

 

햇살 머금은 벚꽃은

 

내일이면 질 듯이 벙글었다.

 

 

 

 

 

 

 

 

 

 

 

 

 

                                         삐삐언니는 힘도 들지 않는가 보다.

                                         6시간여의 산행..그것도 난코스로만..

                                         내가 힘들어 하면 언니가 신경쓸까 봐

                                         힘든 내색 않고 언니의 빠른 걸음에 보조를 맞추느라..

                                         사실..골반쪽부터 온 다리로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겨우겨우 집에 돌아 온 그 길로..

                                         샤워하고 자라는 내남자의 말도 뒤로하고 누워 끙끙~~앓아야했다.

                                         그러다 까무룩한 잠속으로..그 다음 하룻 동안 내 몸을 내가 가누기 힘이 들어 ..

                                         종일을 어기적어기적~~

                                         오늘은 그예 입안이 헐어 너덜너덜하다.

                                         태어나 입안이 헐긴 또 처음이다.

 

                                         그러나 나를 품어준 산.. 다시 그립다.

 

 

 

  - 벗 님 -

'♥삶 > 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홀로 산행1-북한산 대남문  (0) 2010.06.12
찔레꽃 산행-가사당암문  (0) 2010.06.05
북한산 의상대-사람아  (0) 2010.04.19
김포문수산-산에는 꽃 피네  (0) 2010.04.14
인왕산 가는 길  (0) 2010.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