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자 손세차 하는 동안..
한가로운 토요일 밤..
쏭이 워드필기 1급 시험도 치뤘고..
마음의 아무런 무게감도 없이 유유자적한 밤..
우나는 컴 앞에서 칭구들이랑 싸이질이고..
쏭이는 070 끼리는 공짜라며 친구 미나랑 밤마다 긴 수다질이고..
나는 내남자의 흰머릴 뽑고있다.
나는 별나게도 내남자 흰머리 뽑아주는 게 재밌다.
내남자는 내가 자기 머릴 만져 주는 걸 좋아하고..
그러나..이젠 그만 뽑아줘야할 것 같다.
가운데 머리 숱이 자꾸 비어가니..
이젠 머리칼 한 올 한 올이 아깝다.
이젠 마지막이라며 내남자의 흰머릴 솎아낸다.
한 시간여 동안 흰머릴 뽑느라 열중하고 있는데..
내 무릎을 베고 누운 채..
이 남자..자꾸 집적거리며 터치를 한다.
옆에서 컴을 하는 우나 눈치를 실실 보면서..
"아빠 손 못 치워요?"
내가 큰소리로 경고를 하면.. 그때 뿐..
문득..내남자 왈..
" 바다 보러갈까?"
" 그러든지요.."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바다 보러 갈 채비를 한다.
겨울 등산복을 자꾸 입으라 하는 걸 보니..멀리 갈 모양이다.
일단 화장품을 챙긴다.
속옷도 이뿐 걸루 ..
엄마 아빠..여행 간다 그러니..
좋아라 하는 딸들..
♥
자정을 넘긴 시간..한강변을 달린다.
차창을 스치는 밤풍경이 고즈넉도 하다.
동해로 갈까 서해로 갈까 하다가..
그래도 일출을 볼 수 있는 동해로 가기로 한다.
가는 길..
주말이라 그런지 자정을 넘긴 시간인데도 차가 조금씩 밀린다.
두 군데나 사고가 나서 경찰차가 출동해 있고..
문득 내가 하는 말..
"너무 늦었는데..우리 산정호수나 갈까요?"
새벽 02시 16분..
내가 깜박 졸은 사이
어느덧 산정호수의 가족 호텔앞에 차를 세운 내남자
여기서 하루 유하자 그러는데..비싸다.
전 같으면 기분 맞추어 주었을 텐데..
일단 다른 데를 알아보기로..
가족 단위의 유원지라 그런지
그 흔한 모텔이 하나도 뵈이지 않아
겨우 찾아 하루 유한 곳..
조금 후졌지만..
그런대로 따슨 하루밤..
아침에 잠 깨어 바라본 모텔 창밖의 풍경..
산세도 절경이고 운치도 그만이다.
남한땅에서 제일 추운 곳이라는 포천의 산정호수..
입춘도 우수도 지났건만..
여긴 아직 시리디 시린 한겨울의 날씨..
잔설도 수북하니 쌓여있다.
모태범 선수 경기 보느라 늦은 아침..
모텔 주인장에게 맛나게 하는 집 물어 온 곳..
된장찌개에 나물반찬.. 소담한 아침식사..
내남잔 맛나다며 두 그릇이나 뚝딱..
내남자가 맛나다 그러니 내 마음도 맛나다.
꽁꽁 언 산정호수..
날이 마니 풀렸다고는 하지만..그래도 시린 바람..
내남잔..언제나 저렇게 혼자 성큼 가버린다.
얼른 한 컷 찍고는 쫄래쫄래~~
딸들과 함께 온 듯한 한 가족..
문득 우나랑 쏭이 생각이 난다.
같이 왔음 좋았을 걸..
내남자가 딸들을 덜 사랑하는 건 아닌데..
가끔 나랑 단 둘이 있는 걸 더 좋아한다.
호수 위를 달리는 사람들..
가족들끼리..연인끼리..
이 순간이 흐뭇이 돌아볼 추억으로 남겠지..
저 뒤의 산풍경이 절경이다.
툭 부러진 솔가지..
지난 가을의 흔적 한 잎..
휴가 나온 군인과 어린 연인..
순간순간이 얼마나 애틋할까?
그 맘..나도 알지..
35개월을 기다렸으니까..
(공군헌병이던 내남자의 복무기간이 35개월이였다.)
난 저 산처럼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렸어.
그 흔한.. 고무신 거꾸로 신지도 않고..
자꾸 호수 중앙으로 가는 나를 나무란다.
수영도 못하면서 빠지면 어쩔거냐며..
빠지더라도 빠져 나가기 쉽게
호수 가쪽으로 걸으랜다.
참..그게 말이 되냐구요?
주차장에 바람막이조차 없이 나와앉아
산나물을 파는 할머니 두 분..
차마 자세히 바라보진 못해
멀리서 줌을 한껏 당겨..몰래 찍었다.
지금 보니..호호 백발들이셨네..
그러나 참 고우신 듯..
마음이 아렸다.
아?
저 소나무 두 그루가 저 뒤에 찍혔었구나..
논둑에 덩그러니 서 있는 소나무 두 그루..
문득 부부송이 생각나 지나며 담아 둘 걸..
아쉬운 맘이였는데..
생각지도 않은곳에 소롯이 담겨 있었네..
봄물이 오르고
봄비가 내리고
봄풀이 움트고
봄꽃이 피어나고
호수의 새벽엔 물안개도 피어오르겠지..
얼마나 이쁠까..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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