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이 울린다. 퇴근길 내남자의 전화다.
"아바타 보러 갈까?"
저번에 보러가자 하니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딱 자르더니..일단 기쁘다.
블로그 방 여기저기서 아바타 얘기들이 한창이라..
나도 무지 보고 싶었던 거라..기쁘다.
우리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롯데시네마가 있고..
롯데시네마에서 한 번 더 엎어지면 CGV가 있고..
다시 우리집에서 1시 방향으로 한 바퀴 구르면 그랜드시네마가 있다.
뭐..울집 가까이에 영화관들이 즐비하다는 얘기다.
전엔..그러니까..내남자가 마음의 여유가 좀 남아있을 땐..
일주일이 멀다하고 심야를 보러 다녔다.
뭘 볼지 ..딱 정한 것도 없이 그냥..
내키는대로 가서..내키는대로 보구 오는 식..
가끔 백만돌파..천만돌파.. 어쩌구 그러면..
그런건 예의상 챙겨서 봐주고..
영화관엘 가면..나는 항상 졸다가 온다.
끝까지 제대로 본 영화가 별루 없다.
심야라 그렇고..내가 늘 잠이 부족해 그렇고..영화가 그닥 재미가 없어 그렇다.
그래도..꼬박꼬박 따라간다.
함께 한다는 거..그게 중요한 거니까..
다음부턴 안데리고 온다..내남잔 이렇게 협박하지만..
기실 나 말고는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걸 아니까..
그리 쫄일은 아니다.
아바타..
리얼 3D로 봤는데 비싸더라.
카드로 할인 받았는데도 둘이 26000원이나 나왔다.
CGV가 다른데 보다 좀 비싸다.
그래서 센타언니들은 그랜드로..그것도 제일 싼 조조를 즐긴다고..
흠~애들은 왜 안데려 왔냐면..
우나는 벌써 친구들이랑 봤다 그러고..
쏭이는 아무리 꼬시고 얼르고 협박까지 해도..
엄마 아빠랑은 절대 가지 않겠단다.
겨우 초딩 주제에 창피하단다.
지 나이에 누가 엄마 아빠랑 영화를 보냐며..친구들이랑 갈거란다.
난 정말 간절하게 그 환상적이라는 무비를 나의 딸과 공유하며
탄성도 지르도 놀라기도 하며..그 짜릿함을 함께 느끼고 싶었는데..
영화감상..
글쎄..일단 내가 한 번도 안 졸고 끝까지 다 본걸루 봐선..
꽤 괜찮은 영화라는 거..
그리고 내남자가 아무 불평도 없이 묵묵하다는 것도..
영화가 무지 좋았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내가 영화를 볼 때면 언제나 기대하는
그런 아름다운 슬픔이나 감동..여운은 그리 깊거나 강하진 않았다.
그냥 스펙타클했고..환타스틱했고..써프라이즈 했다는 거..
그리고 인간은 참 위대하다는 거..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고..
어떻게 이런 영상을 만들어내는지..
어느 분은 지금까지 본 영화중에 최고였던 거 같다 그러시고..
어느 분은 꼬리달린 나비족이 인간보다 백배는 섹쉬하다 그러시던데..
그 말에 일부 공감하는 바이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이 판도라행성을 꿈꾸며 우울증에 걸렸다고도 한다.
이 남자 눈빛이 마음에 들더라..
우리 우난 무조건 어깨 넓은 남자가 좋다..그러는데..
난 남자를 볼 때..눈을 봐..
눈이 깊은 사람이 좋아..
진지하거나..
슬프거나
약간은 우울한..
그런 우수에 찬 눈빛을 보면 ..
모성이 강하게 꿈틀거리지..
영화 보고 난 후..
자정이 넘은 웨스톤 돔의 텅빈 풍경을 바라보며..
서른 넘어 배운 담배를 태우는 내남자의 옆모습이..
문득 우수에 젖은 듯..
삶의 고뇌에 지친 듯..
흩어지는 담배연기처럼
아련하고.. 안쓰럽고 ..
판도라행 티켓이라도 구해주고 싶다.
며칠 다녀 오라고..
뭐..꼬리 달린 나비족 여인네에게 혹하진 않겠지..
인간보다 백 배는 섹쉬하다던데..
긴장해야 할까..???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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