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노트 사이에서..
27년전에 벗님에게 보낸 편지 초안을 발견했다.
누렇게 바랜 연습장에 끄적인 꼬깃꼬깃 접혀진 ..
연필로 쓴 것이라..희미해진 글귀를 보는데 눈이 시렸다.
이 먹빛이 마름하기 전에 옮겨 놓으려한다.
벗님아.. 방금 너의 편지를 보았다. 눈물이 자꾸 나올려고 하는 건 왜일까.. 아~ 벗님아.. 네 곁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하는 날 ..넌 이해해줄까?
네가 그랬잖아.. 세상은 변하는거라고.. 이렇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도 변해가는거야. 지난날엔 꿈도 많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자신에 가득찼던 풋나기 청춘이였을 뿐이야.
이제야 우리는 깨달은거야.. 다는 몰라도 .. 이 현실이 소녀들의 하아얀 마음처럼 순수하지만은 않은거라고.. 그래서 우린 슬픈 것이야.. 실망하고 허무를 느끼고 그래서 방황하는게 아닐까?
내 맘속의 우상이였던 벗님아.. 결국엔 넌 나의 영깊은 곳에 내려앉은 나의 벗님이야.. 이미 오래 전에 난 깨달았던 거 같아.
난 네가 날 잊어버린 줄로만 알고 알마나 슬펐는지 몰라. 밤하늘에 별빛이 쏟아내릴 때면 온밤을 너의 별을 찾아 헤매이곤 했었다.
|
|
나 실망하지않아 결코.. 나도 그런 걸..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허무로 어제밤엔 새벽 두시까지 흐르는 눈물을 애써 지우려 하지도 않고 울었다.
내 창을 두드리는 저녁빛깔은 내 유일한 친구인 별빛마저 흡수해 버리고.. 슬픈 날 더욱 울리고 있었어.
모두가 싫어지고.. 모든 것들을 잊고싶어진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였어. 그러나 네가 있어 유일한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어.
벗님아.. 언젠가 네가 그랬잖아. 같은 삶을 살아가는 친구..얼마나 멋진 친구냐고.. 너와 난 같은 삶을 가고 있는거야..
우리 삶은 아름답지 못해도.. 행복하지 않아도 .. 소박해야 할텐데.. 순수하고..
우리 둘은 같은거야.. 나 실망하지 않아.. 나도 네가 옛날에 생각했던 꼭지는 아니야.. 그래서 네가 실망할까봐 그동안 알알이 적은 나의 하소를 차마 네게 띄우지 못했던 거야. 차마 널 만나러 갈 수도 없었던 거야..
|
벗님아 ..가지마..
가면 싫어.. 가지마..
슬픈 나를 또 울리지는 마..
널 사랑해..
하늘의 별들만큼이나..
사랑해..
84.8.17
너의 꼭지가 나의 벗님에게 |
- 열일곱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