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과 작별을 고한지도 4일.. 5일째 밤..
차가운 바람이 거리를 지배할 때도 난 마냥 거닐고만 싶었다.
나..과연 어떤 존재이기에..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소리치며 웃고 싶다.
85년 1월..
첫 출발은 하늘색이 아름다운 날..
구름이 그려놓은 제목 없는 명화들 모양..
화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그러나 난 자부해 본다.
참 많은 진지한 것들을 음미하며..
좀 더 진실하고 충실한 아이가 된 듯 하다고..
벗님에게서 편지가 왔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 가슴이 얼마나 충만한 기쁨으로 차 있는지를..
그리고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이 기쁨을 알 수 있으리라..
정애..정애..정애..
정애에게서도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내일 학교 깄다 오는 길에
지난 가을 모아두었던 낙엽들을 예쁘게 코팅해야겠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소박하나마 보내야겠다.
그 때 모아두길 잘 한 거 같다.
나의 낙엽을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낼 수 있다는 이 사실이
너무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열일곱 일기장과 28년 묵은낙엽
정애야..
고요한 음악만이 흐르는 이밤..
하늘의 별들이 유난히도 반짝이는 새벽 0시 25분..
고요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문득 책갈피 사이에 끼워둔 지난 가을날의 자취를 뒤적이다
곱게 물든 이파리들의 진열을 발견하고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 잎씩 띄워 본다.
소녀들에게 예쁜 꿈을 간직하게 해주는
이 자연의 신비로움을 영원히 사랑하고만 싶다.
정말 곱지?
정애야..
넌 알게 모르게 어느새 나의 마음 한 곳으로 다가왔구나..
난 정말 무심한 아이인데..
정애야..
난 네게서 아무런 것도 원하지 않는다.
이미 넌 내 삶의 일부이고 ..그리고 넌 나의 벗이니까..
아무런 행동 없어도 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네가 사람을 쉽게 좋아한다는 건..
그만큼 네 마음이 순수하기 때문일거야..
누군가를 좋아하고..그리워하고..
또 누군가를 위해 기도드린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이들이 있기마련..
그래..나도 누군가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단다.
눈물이 날만큼..
너의 글을 받던 날..
그 날..내게 편지가 왔었다.
열 네살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영원히 좋아할 수 있는 나의 벗이고..님이지..
우리 앞을 커다랗게 막고 서 있는 대입이란 관문이
왠지 각박하다고 느껴지지만..
어차피 나의 삶이고 우리의 인생이기에..
우린 이겨야겠지..
인생을 열심히 산다는 건..
그건 또 아름다움일 수 있을거야..
정애야..
올해는 열심히 공부하자..
결과야 나중 일이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도록..
우리가 되도록..
그리고 네 말처럼 웃음을 잃지 말아야겠지..
일천구백 팔십오년 일월 오일..
너의 벗..
- 열여덟 벗님 -